진안 용담초 '살아있는 역사' 김치주 교사 퇴임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갑니다.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는 뿌듯함이 무엇보다 위로가 됩니다"
지금은 수몰돼 사라진 진안 용담초등학교의 '살아있는 전설'로 이름난 김치주 교사(60)가 40여년의 짧지않은 교직생활을 접고 야인(野人)으로 돌아가 주위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지난 8월 31일 마지막 부임지였던 장승초등학교 교사들과 간단한 퇴임식을 끝으로 교직을 떠난 김 교사. 지난 1969년 약관의 나이로 학생들을 가르키기 시작한 게 올해로 41년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평교사인 그의 퇴직이 특별했던 것은 진안 교육의 산증인이기 때문. 지금은 물속에 잠긴 용담초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울 만큼 김 교사의 삶의 족적은 곳곳에 묻어나 있다.
첫 부임지는 그의 모교인 용담초. 지금은 용담댐으로 물에 잠겨버린 용담은 그의 고향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용담초 학생수가 1000명을 넘었다. 남다른 열정을 갖고 고향이자 모교에서 교직생활은 시작됐다.
이렇게 점화된 교편생활이 용담면 관내 용담초와 송풍초에서만 30년이다. 이 때문에 용담면 출신 가운데 김치주 교사를 모르는 이가 없다.
그와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교정을 뛰어 논 학생만 해도 어림잡아 수 천명. 제자들이 사회인이 돼 고향을 찾게 되면 김치주 교사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수많은 제자들이 그를 기억하는 것은 따뜻함과 자상함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주던 그는 고향의 선배이자 형, 삼촌이었다. 그래서 용담면 출신들에게 김 교사의 퇴직은 남다르다.
화려한 퇴임식을 극구 마다하고 조촐하게 치러진 그의 퇴임식에서 평생 소박하게 살아온 그의 참모습을 엿 볼 수 있다. 이날 전해진 훈장보다 그동안 감사를 잊지 않는 그의 작은 목소리가 더 빛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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