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건 두렵지 않지만 저 자신에게 부끄러운 경기를 할까 두려워요."
'개그콘서트'의 '나쁜남자'나 '사이보그 괜찮아' '짐승들' 등의 코너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승윤(30)은 최근 개그맨이라는 자신의 직업과는 전혀 다른 도전을 펼쳤다.
지난달 23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격투기 경기 '로드 FC-챔피언의 부활'에 출전, 격투기 무대에 데뷔한 것이다.
이미 '헬스보이' 코너에서 12주만에 근육질로 다시 태어난 바 있으며, '근육 개그'라는 새로운 영역까지 개척했다고 해서 예상 가능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개그맨이 아닌 남자 이승윤으로 링에 오르기 위해 그는 지난 2개월간 바쁜 일정 속에서도 훈련에 매진했다.
MBC 새 프로그램인 휴먼다큐 '그날'은 6일 오전 8시45분 선보이는 첫 방송에서 '개그맨 이승윤, 격투기 도전하는 날'이라는 부제로 이승윤의 격투기 도전기를 소개한다.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세상을 살다 보면 한 번씩은 마주치게 되는 특별한 '그날'의 이야기를 담는다. 임신부라면 출산 예정일이 '그날'이 될 수 있으며 뒤늦게 대학생이 되고 싶어하는 한 아저씨에게는 수능시험일이 '그날'이다.
제작진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언젠가는 맞게 될 특별한 '그날'의 이야기를 다양한 관계와 입장 속에서 살펴본다.
첫 방송의 주인공 이승윤이 맞게 되는 '그날'은 바로 어려서부터 꿈꿔온 격투기 링에 오른 날이다.
무모하다며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격투기라는 힘든 운동을 가볍게 보고 뛰어든 것 아니냐는 힐난도 있었지만 이승윤은 어려서부터 막연히 가지고 있던 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묵묵히 훈련을 해왔다.
"맞는 것은 두렵지 않다"는 이야기는 격투기 데뷔전을 준비하던 그가 제작진에게 들려준 말이다. "남자로서의 도전이다. 한 번쯤 격투기 무대에 서보고 싶었다"는 그는 "부끄러운 경기를 할까 두려워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다.
이승윤의 일과는 숨돌릴 새 없을 정도로 빡빡하다. 아침 일찍 격투기 기술훈련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여의도 방송국에 출근해 아이디어회의와 방송 녹화 등으로 바쁜 일과를 소화한다. 퇴근 후에도 체력운동을 하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공연장 대기실에서 쪽잠을 잔다.
주말에는 강원도 원주에 머물며 스파링에 집중한다. 훈련 도중 기절하고 코피가 터지기 일쑤. 얼굴에는 멍과 상처가 하나씩 늘어난다. 대회 전까지 체중을 10㎏가량 감량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제작진의 카메라는 이승윤에게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이승윤의 어머니는 "화초처럼 곱게 키운 외아들이다. 몸 쓰는 개그를 하는 것도 속상한데 격투기대회까지 나간다"며 걱정하고 같이 개그 공연을 하는 동료들은 상처투성이에 피곤해하는 그를 보고 안쓰러워한다.
이승윤의 상대는 24살의 대학생 박종우 선수다.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그에게도 이날 경기는 중요하다. 대회 기간이 중간고사 기간 잡혀있는 것을 걱정하는 그는 "상대가 연예인이고 유명인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연습한 만큼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 이승윤을 응원하는 동료 개그맨들이 관중석을 채우고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1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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