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솥서 끓인 국물·머리고기…뚝배기에 듬뿍 담아줘
식도락을 같이 즐기던 친구 L과 G는 어쩔 수 없는 자리 외에는 서로 피하는 앙숙이 되었다.
애초 면죄부(?)를 갖는 맛에 대한 개인적 편차가 화근이었다. 비교적 푸짐하고 값비싼 음식을 선호하는 L과 가격 대비 음식의 퀄리티(질)를 꼼꼼히 챙기는 G로선 언젠가는 부딪칠 일이었다.
아무튼 3000원 남짓한 순댓국밥을 놓고 나를 포함해 찌질한(?) 세 남자가 만났다.
"지금까지 다녀본 곳 중 이곳이 가장 맛있는 토렴 방식 국밥"이라는 G에게 "이깟 3000원짜리 순대국밥이 맛있어 봐야 얼마나 맛있겠냐?"라고 L이 대꾸하면서 사달이 났다. 설상가상 나까지 "차라리 ○○○ 앞에 있는 □□식당이 여기보다 훨씬 낫다"고 하면서 사태는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냥 물러설 G가 아니었다.
"네가 말한 그 집은 뚝배기를 주방 세제로 씻는 데다가 좋은 옹기그릇을 쓰지도 않잖아?"라며 일침을 가하는 게 아닌가?
'아, 그렇지….'
뚝배기는 옹기토(항아리를 만들 때 재료로 쓰는 흙)로 만들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미세한 숨구멍이 있다. 합성세제로 닦을 경우 세제 성분이 그대로 구멍 속에 스며든다. 용기에 열이 가해지면 구멍에 있던 세제 성분이 그대로 밖으로 빠져 나오는 까닭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연히 합성세제를 푼 물에 옹기그릇을 오랜 시간 담가 놓는 건 끔찍한 일이다. 옹기그릇을 가열하지 않은 상태에서 흐르는 물로 가볍게 세제를 쓸 수 있을 뿐이다. 용기를 가열하는 뚝배기의 경우엔 특히 깨끗한 물에서 쌀뜨물이나 밀가루를 사용해 세척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득 완주군 삼례읍 시외버스 터미널 앞 '유성식당' 순대국밥이 떠오른다.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뚝배기에 팔팔 끓이는 방식도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하는 토렴 방식도 아니다. 뚝배기를 직접 가열하지도, 세제로 그릇을 닦지도 않는다.
일단 부뚜막에 앉힌 솥에서 순대국물과 머릿고기가 팔팔 끓는 사이 뚝배기에 뜨거운 밥을 담고 그 위에 대파 등 고명을 얹는다. 그리고 뜨겁게 데친 머릿고기를 마저 뚝배기에 올리고 국물을 부으면 '유성식' 순대국밥이 완성된다.
팔팔 끓인 화끈하고 얼큰한 국물이지만, 토렴 방식의 은근함이 느껴지고, 수북히 담겨 나오는 머릿고기를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선한 선지에 양파·양배추·생강·마늘·당근 등 갖은 야채와 우유를 넣고, 쌀이나 당면은 넣지 않은 오리지널 피순대 또한 압권이다.
명절 연휴 말고는 쉬지 않으며, 1980년대 초부터 강영자 씨(65)가 운영하고 있다.
▲ 메뉴: 순대국밥 5000원, 피순대 7000원, 모듬 피순대 1만 원
▲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9시30분
▲ 위치: 완주군 삼례읍 삼례리 910-6
▲ 전화: 063-291-8182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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