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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뚜벅이' 에겐 너무나 야속한 버스 파업

김달아 (원대신문 편집장)

'앗! 지각이다.' 요즘 제시간에 버스 타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늦고 말았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학원으로 가는 버스 한 대가 왔다. 또 전세버스였다. 버스요금은 1000원인데, 그날따라 내 지갑에는 800원뿐. 교통카드는 넉넉히 충전해뒀는데….

전세버스는 교통카드로 요금을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이 버스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시내버스 파업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동안 전주에서 여러 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며칠 가지 않아 곧장 해결되곤 했으니까. 또 우리 집은 버스가 많이 다니는 팔달로변이기에 걱정이 적었다. 며칠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그러나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해결되지 않았다. 벌써 두 달이 넘도록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파업으로 버스 운행률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버스가 발인 '뚜벅이'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버스 이용률이 많은 때, 버스 안은 넘쳐나는 사람들로 옴짝달싹할 틈도 없다. 또 손발이 꽁꽁 어는 추위 속,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버스마저도 이미 만원인 경우가 많다. 한 사람 들어갈 자리도 없어서 "학생, 다음 버스 타"라는 기사 아저씨의 한 마디에 다시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전주시는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전세버스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몇 대 안되던 전세버스들이 파업이 장기화되자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주시는 이 버스를 120대까지 늘려 시내버스 운행률을 평소의 80%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어느새 도로위에는 시내버스보다 '임시 시내버스 운행차량'이라는 이름표를 단 전세버스가 더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전세버스 도입과 증차가 파업의 장기화를 부추겨 시민들의 불편을 심화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당장 타야 할 시내버스가 없는데, 눈앞에 보이는 전세버스를 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막상 전세버스를 타더라도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이 때문에 환승도 불가능하다. 또 도착지 안내방송과 뒷문, 부저가 없어서 하차할 때 불편하다. 통로에 별도의 손잡이도 설치돼 있지 않아 서서갈 때면 잡을 곳이 없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런 전세버스는 임시적인 대안이지 정답은 아니다. 시민들은 곧 시내버스 운행이 정상화 되리라 믿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불편들을 묵묵히 참아왔다.

그러나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파업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파업 당사자간의 협상이 이견을 보여 결렬됐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연거푸 보도되고 있다. 시민들의 기대가 또 한 번 사그라진다.

버스 기사 아저씨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내놓으면서까지 이번 파업을 시작했던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러나 버스를 타야만 하고, 탈 수밖에 없는 시민들에게 파업의 장기화는 너무 야속하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당국은 수수방관하면 안 된다. 전세버스 증편보다 시내버스 정상 운행이 시민들을 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언제쯤이면 버스를 타는 시민들과 기사 아저씨 모두가 행복한 그날이 올까. 이제 버스 때문에 지각하는 날은 없었으면 좋겠다.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3학년)

*뚜벅이: 자기 자동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김달아 (원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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