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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학생글

재단법인 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광수)이 주최한 '제15회 전북고교생백일장'에서 운문 장원을 수상한 변아림(군산여상 1)의'4월의 노래', 산문 장원을 탄 차보람(전주여고2)양의 '기대'다.

 

 

▲ 4월의 노래 - 변아림 군산여자상업고교 1학년

 

노래부르기 전에 나와 손을 잡고

 

나의 시에 들어와야 돼요

 

설레임에 구름 위를 올라갈 때처럼

 

모든 힘은 땅 위에 놔두세요

 

작은 힘이라도 담고 오면

 

모른 척 흩어지는 구름처럼

 

나의 시도 그러거든요

 

얼굴을 위로 들고 눈을 감아요

 

내 앞엔 눈부신 딸기빛깔 커튼이 내려졌어요

 

목련꽃향이 나의 코에서 맴도네요

 

손가락으로 다가가면 사르르 녹아버릴 듯

 

코에서만 맴도네요

 

 

나의 머리카락 비집고

 

찾아온 소리 들리나요

 

모든 것의 소리

 

낙엽이불 털어내고 이슬만 먹으면서

 

소리없이 오려고 태양만을 보았지만

 

눈동자 술래에게 딱 걸렸네요

 

4월의 온기로션 바른 피부도 느꼈어요

 

지금만 바를 수 있는 로션인 걸 알거든요

 

새들의 속삭임 듣고

 

입술 끝으로 대답해봐요

 

구름위에서 내려와도 되겠나요

 

잠깐, 속마음에 뭔가 담고왔나요?

 

이번 악보엔 그게 제일 중요해요.

 

▲ 기대 - 차보람 전주여고 2학년

 

요새 아빠가 드시는 약이 부쩍 늘었다. 아침밥을 드시고, 주먹 한 가득 알록달록한 약들을 쏟아놓고 삼키는 아빠의 모습은 언제나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왜 아빠가 그 약들을 드셔야만 하는지 알고 있기에 나는 아무 감정없이 그 모습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날 야자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려는데 아빠한테서 집에 같이 가자는 문자가 왔다. 아빠는 8시에 퇴근을 하시는데, 왜 10시가 다 된 지금에서야 집에 간다고 하시는지 의아했지만, 오랜만에 아빠랑 단둘이 버스를 탄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아빠를 기다렸다. 10여분 정도 기다리니까, 아빠가 오른편 큰 길가에서 내가 서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걸어오셨다. 나는 아빠를 발견하자마자 쪼르르 달려가 팔짱을 끼고 헤실헤실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큰 딸의 애교에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아빠도 환하게 미소지어 보이셨다.

 

"아빠, 오늘 일이 늦게 끝났어요? 왜 지금 집에 가요?"

 

"아, 일이 늦게 끝난게 아니라, 병원 좀 갔다오느라고."

 

병원이라니! 나는 심장이 또 철렁 내려앉았다. 안 그래도 아빠가 몸이 많이 허약하셔서 이런저런 질병으로 병원에 자주 다니시는데, 대체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아빠가 오늘 의사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 들었다.

 

얼마전부터 왼쪽 발이 감각이 없어서 병원에 갔더니, 왼쪽 무릎아래부터 발뒷꿈치까지 피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교복을 만드는 일을 하시는 아빠는 하루종일 같은 자세로 앉아서 끊임없이 재봉틀을 돌리신다. 옷감을 만지는 손과 스위치를 누르는 오른발만 움직이다 보니 왼쪽 다리에 마비가 오신 것이었다. 내 입에서 믿기지 않는다는 공허한 한숨부터 나왔다. 고된 일을 하시다 몸을 망쳤던 일이 이전에도 있었다. 재봉틀 바늘이 아빠의 엄지손가락을 손톱까지 관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그 소름 끼치는 고통이 온몸을 타고 전해지는 듯 했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이어가는 아빠를 차마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빠는 근심에 갇혀 잔뜩 굳어버린 내 표정을 보시고는 애써 태연하게 말씀하셨다.

 

"우리 딸 등록금 장만하려고 열심히 일하다 다친거니까 괜찮아. 우리 딸이는 그런 거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세요!"

 

엄지손가락을 다쳤을 때, 그 상처를 보고 내가 안절부절 못했을 때, 그 때에도 이런 말을 똑같이 하셨지. 아빠의 그 진심어린 마음을 내가 모르는 바는 아니다. 좋지 못한 직업 환경 탓에 몹쓸 직업병이 끊이지 않는데도 아빠를 일터로 나가게 하는 이유가 바로 나라는 걸, 오히려 너무나 뼛속깊이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안타깝고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아빠의 힘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마음 속 깊이 박힌 나라는 기둥이라는 걸 알기에 철없이 투정부릴 수 없는 것이다.

 

아빠는 항상 중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당신의 학력을 가슴 속에 묻고 사셨다. 게다가 그 이유가 금전적인 이유였기 때문에, 당신 자식이 당신과 똑같은 이유로 절망을 겪는 것을 바라지 않으셨다. 그래서 언제나 딸자식의 빛나는 대학 졸업장을 위해 희생하시는 것이다. 나도 그 마음을 아는지라 내 자신이 해이해지려는 찰라마다 아빠 생각에 눈물로 마음을 다잡곤 한다. 아빠 마음 속 단단한 기둥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는 고통을 안겨드리고 싶진 않았다. 나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내내 아빠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따뜻하고 푸근했다. 익숙한 아빠의 파스 냄새가 은근하게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빠의 손가락, 발 뒷꿈치, 가슴 깊숙한 곳까지 뿌리내렸던 그 상처들이 한 뭉치의 기대감이 되어 내 어깨로 넘어왔다. 나는 그것을 손으로 쳐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받아들여 빛나게 할 것이다. 나를 위해서, 아빠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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