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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이상과 나의 은하계

박소연(전주대 국어교육과 3학년)

 

대학교 1학년 때 가입했던 문학동아리는 언제부터인가 합평회를 하지 않았다. 문학동아리에 차츰 발길이 끊어지고, 얼마 후 문학 동아리가 여행 동아리로 바뀌게 된 것을 알았다. 전과 달리, 신입생들이 많아 북적였다. 나 또한, 시를 쓰지 않게 된 것은 오래다. 어설픈 습작이나마 끼적였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러나, 학과 공부와 진로를 생각하며 그러한 관심은 잠시나마 마음 한 켠에 접어두게 되었다.

 

현재를 풍성하게 하기보다는, 미래의 삶을 준비해나가야 하는 청춘에게 이상(理想)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나의 은하계'라는 소설이 있다. 저자 박응상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인간 최대의 꿈은 자기 세계를 가지는 것이다." 라고 외친다. 이 소설은 주인공 성준의 사춘기 시절부터 20대 시절의 격동기까지의 치열한 갈등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성준은 법대를 수석 합격했지만 학점관리와 취업준비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그는 시와 문학, 철학적 사색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재발견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형성해 나가는 내면적 성숙의 과정을 거친다.

 

소설에서 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김두식 교수는 세상이 요구하는 정답을 말하려 하지 말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는 자네 생각을 말하도록 줄기차게 요구할 거네. 자기 생각을 표현해야 하니까. 자기 생각은 인간의 최고 덕목이네. 먼저 자기 생각부터 확립해서 자기 세계를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네."

 

성준은 정해진 궤도를 따라 일정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상(理想)과 가치를 따라 '나의 은하계'를 만들어 나간다. 그는 세상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아니라,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내면의 꿈과 이상의 가치를 믿는다. 자신의 생각들이, '나의 은하계'를 밝힐 것이라는 것도.

 

세상의 주어진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빛낸 작가 이상(李箱)이 떠오른다. 그는 지금의 서울대학교인, 경성고등공업학교의 건축과에 입학했고 건축기사로서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은하계를 건설하여, 그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일궈냈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신문에 연재된 것을 보고 "무슨 미친놈의 잠꼬대냐"며 그를 욕했지만, 그는 꿋꿋했다. 그리고, 지금은 현대문학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이며,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정해진 궤도에서 경쟁을 하며, 달리고 있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바라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해본다. 그에 대한 답은 세상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야 한다.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서 자신에 대한 질문과 대면하게 될 지 모른다. 그런 질문에 대해 '나는 학생이다'라거나, '나는 과학자다', '나는 공무원이다' 등의 세상의 기준을 내세우기 전에, 먼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색을 통해, '나의 은하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 박소연(전주대 국어교육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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