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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드러내지 않는 연기 힘들었죠"

"이번 영화는 제가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캐릭터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드러내지 않는 게 배우로서 참기가 힘든데, 그래도 그게 맞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22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재영은 새 영화 '카운트다운'에서 보여준 연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전작 '글로브'에서 밝고 코믹한 캐릭터를 보여준 것과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상당히 카리스마 있는 무거운 연기를 선보인다.

 

간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채권추심원 '태건호' 역을 맡아 말끔한 검정색 수트를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채무자들을 찾아가 인정사정없이 돈을 받아내는 인물이다.

 

암울하기만 한 인생에 어떤 희망이나 기대도 없이 메마른 채 살아가는 남자, 해리성 기억상실증으로 죽은 아들과 관계된 어떤 한 시점의 기억만 잊어버린 미스테리한 남자의 모습은 정재영이란 배우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이렇게까지 건조한 역할은 처음이죠. 텐션(긴장)이 큰 연기예요. (관객들이) 처음엔 이 인물을 잘 이해 못할수도 있는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를 그런식으로 살 수밖에 없는 인물이에요. 채권추심원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놈이 반대급부로 똑같이 그런 짓을 하고 있으려면 그 정도로 메말라야 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단정한 수트가 꽤 잘 어울린다고 하자 그는 "평소 모습과는 거리가 멀고 뒷부분에 나오는 과거의 추레한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이랑 가깝다"며 웃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스턴건(전자충격기)을 휘두르며 상당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실 이번 액션은 그렇게 어려운 건 없었어요. 스턴건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때리는 건 쉬워요. 맞는 게 어렵지. 나이 먹으면서 체력이 달려서 숨이 좀 가빠지고 그런 건 있었지만(웃음), 물리적으로 강한 액션을 보여주기보다는 깡다구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영화는 의외로 드라마적인 요소가 커 주연 배우인 정재영의 연기 진폭을 필요로 했다. 초반에는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은 채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살아가는 무표정한 얼굴의 인물이지만,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죽은 아들과의 숨겨진 관계가 드러나면서 감정이 폭발해야 한다.

 

"저도 아이를 가진 아빠여서 아들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갖고 있는 태건호의 마음을 공감하기 쉬웠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거든요. 부모라면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말을 안 들을 때 화를 내는 그런 경험들이 다 있기 때문에 연기하기는 어렵지 않았죠."

 

이번 작품에서 그는 '칸의 여왕'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이후 9년 만의 재회다.

 

"촬영 현장에서 미리 리허설을 하거나 의견조율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촬영하기 전에 시나리오 단계에서 얘기를 끝마쳤죠. 그다음에는 그냥 있는 그대로 해도 서로가 서로에 대해 반응하는 게 너무나 잘 맞았아요. 상대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하고,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저렇게 받아주고…. 9년 만인데도 마치 엊그제까지 계속 같이해 온 것처럼 잘 맞았죠."

 

그는 전도연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전도연이란 배우는 상대방을 저절로 몰입시키는 배우예요. 직감적이고 본능적이고 딱 필요한 것을 보여주죠. 저절로 몰입을 안 할 수가 없는 상대예요. 쉽게 말해 상대에 대한 걱정 없이 나만 잘하면 되는 거였어요(웃음)."

 

이들의 조화는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칸, 베를린, 베니스에 이어 4대 영화제로 불리는 토론토영화제의 주요 부문인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으로 초청돼 레드 카펫을 밟았다. 상영관의 1천400석 티켓이 매진되는 등 현지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에는 영화제에서 10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그런 뉴스들이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데 실제로 이번에 그런 경험을 하게 돼 깜짝 놀랐어요. 그쪽 관객들의 매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체감하는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그 영화제 티켓이 45달러로 우리 돈으로 5만원 꼴인데…1천400명이 극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거예요.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다들 전도연 씨 보러 왔나(웃음)? 영화 상영되는 중에도 객석에서 몇 번이나 웃음이 크게 터져서 다행이다 싶었죠."

 

사실 그는 이 영화에 전도연보다 먼저 캐스팅됐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허종호 감독은 신인급이었지만, 그는 시나리오에 끌렸다고 했다.

 

"제가 은근히 신인 감독이랑 많이 했어요. '김씨표류기' '바르게 살자' '나의 결혼 원정기' 다 신인급 감독들이었죠. 신인 감독이라고 두렵거나 그렇진 않았고 이번 시나리오의 내용이 좋았고 또 그걸 감독 본인이 썼다는 점도 믿을 만 했죠."

 

다음 작품 역시 신인급인 정병길 감독의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영화다.

 

"처음으로 형사 역할을 맡았어요. 이번 작품보단 훨씬 가벼운 톤의 영화예요. 제 캐릭터가 변해봤자 얼마나 변하겠냐마는(웃음) 전작과는 다른 느낌, 다른 냄새가 나는 인물을 보여주려고 노력은 하죠."

 

그간 워낙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기에 욕심은 더 없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안 한 게 훨씬 더 많죠. 캐릭터보다는 장르적으로 새로운 것에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정통 스릴러도 안 해봤고 아주 리얼리티가 강한 장르도 못해봤고 아주 생활의 느낌이 묻어나는 장르도 안 해봤고…. 슈퍼히어로는 모든 남자들의 로망인 것처럼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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