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란 이름의 인생에서 1막이 끝났어요.제 인생의 2막은 군 부대에서 시작됩니다.
지금껏 단단한 소나무였다면 제대할 때는유연한 대나무로 바뀌어 오겠습니다.
하하."입대 하루 전날인 10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한 가수 비(본명 정지훈.29)는 입대하는 기분을 묻자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마침 전화 통화를 한 때는 비가 경기도 벽제에 있는 어머니 산소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1시간 동안 기도하며 어머니께 많은 얘기를 드렸어요. 군대에서 가수 생활할때처럼 열심히 복무하겠다고 다짐했죠. 또 아버지와 여동생을 보살펴 달라고도 했고요."그는 지난 9일 삼성동 한국전력 앞 영동대로에서 무료 야외 공연 '라스트 오브더 베스트(Last of the Best)'를 열어 입대 전 마지막 무대를 가졌다.
그는 "어제 2만 명의 관객을 보고 오히려 감동받았다"며 "노래를 한곡한곡 부를 때마다 데뷔 10년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모든 곡에 향수가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잘 참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군대에서 지난 10년 간의 내 얘기를 틈틈이 정리해볼 것"이라며 "훗날 '20대여 승리하자'란 이름으로 책을 내보고 싶다"고 웃었다.
다음은 오는 11일 경기도 의정부 306보충대로 입소할 비와의 일문일답.
--입대 발표 후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입대 소식에 '밥 먹자, 술먹자'는 전화가 수십통 걸려왔다.
며칠 전 영화 '비상' 제작보고회를 위해 찾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고수 형, 김선아 누나 등과 포장마차에서 술을 한잔 했고 옆 테이블의 강제규 감독님과도 얘기를 나눴다.
또 박진영형이 어제 공연 뒷풀이에 와서 '군대 다녀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많을 것'이라고격려해줬다.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아 '내가 꽤 잘 살았구나'란 생각을 했다.
하하.지금은 어제 공연의 방송용 편집을 하러 가는 길이다.
오늘까지 일을 한다.
--공연에서 보니 이미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던데.
▲팬들에게 머리 자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바리깡'으로 내가 한번 밀고서 미용실 가서 다듬었다.
헤어제품을 안 바르면 초등학생 같은 머리다.
--입대 전 마지막 무대여서 공연 내내 기분이 남달랐겠다.
▲오프닝 무대를 시작하는데 지난 10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진영이 형에게 오디션을 본 기억, 진영이 형과 박지윤의 댄서 시절, 1집을 냈는데 월드컵 시즌이어서 망할 뻔했다가 '안녕이란 말 대신'으로 1위 했을 때, 3집으로 방송사 연말 가요 시상식 대상 탔을 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100'에 두번이나 선정됐을 때, 미국 'MTV 무비 어워즈'에서 상을 받았을 때가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태양을 피하는 방법'과 '잇츠 레이닝(lt's Raining)' 등 모든 곡마다 향수가 있더라. 어제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잘 참아냈다.
--지난 10년간 가장 의미있는 결과물 5가지를 뽑는다면.
▲드라마 '풀하우스'를 통해 아시아 전체에 가수 비란 이름을 알린 것, 아시아권의 인기를 기반으로 '타임 100'에 오른 것, 미국 '피플'지에서 브래드 피트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뽑힌 것, 할리우드 첫 주연작인 영화 '닌자 어쌔신' 개봉 때 미국 코닥극장에서 무대 인사했던 것, 이 영화로 'MTV 무비 어워즈'에서 상을 받은 순간은 모두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다.
--스스로 수많은 시련을 견뎠다고 했는데 언제가 가장 고비였나.
▲2007년 (박)진영이 형으로부터 독립했을 때다.
국내외에서 '박진영의 틀에서정지훈이 벗어날 수 있을까'란 시선을 보내 심적인 압박감이 컸다.
사실 진영이 형과는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였다.
형이 작곡,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음반의 전과정을 맡았고 난 안무, 무대 의상, 방송 전략 등을 맡았으니 분업이 잘 됐다.
하지만 홀로 서니 A부터 Z까지 모든 걸 결정해야해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래서 독립하고낸 첫 음반인 '레이니즘(Rainism)'에 대한 애착이 크다.
다행히 이 음반에서 '레이니즘'과 '러브 스토리(Love Story)' 등 두곡이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자신의 도전기를 책으로 내볼 생각은 없나. 제목을 미리 붙여본다면.
▲인생 1막이 끝나며 지금까지의 일들을 책으로 써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직접 쓰고 싶어 미뤘다.
군대에서 틈틈이 메모 식으로 내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한다. 10대 때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20대에는 사회가 무서운 것도 알았고 학력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런 생각들과 함께 내가좌절을 이겨낸 시간들을 써보려 한다.
책 제목을 미리 구상해본다면 '20대여 승리하자'다.
하하하.
--비의 다음 10년은 어땠으면 좋겠나.
▲지금까지 난 단단한 소나무였다면 제대 후에는 유연한 대나무로 바뀌어 올 것이다.
지금껏 매사에 굽히지 않으며 정공법을 택했는데 바람의 흐름에 따라 흔들릴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또 나에 대한 투자도 많이 할 것이다.
최근 붓글씨도 쓰고 난도 치고, 서예도 배우고 싶더라. 자꾸 시골이 좋아지는데 노년에는 농사짓고있을지도 모르겠다.
--30대에는 가정을 꾸리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모든 사람은 행복하기보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데, 인간이 가장 행복할 때는 가족과 다복한 시간을 보낼 때라고 생각한다.
내 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쉽지는않겠더라. 여자 친구를 만나 봤지만 일하면서 신경을 못 써주니 서로 힘들어지더라.아마 모든 사람들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서로의 일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난 결혼하면 가정에 치중하기 위해 일을 많이 접을 것이다.
그때는 음반이든,영화든 1년에 한 작품씩 할 생각이다.
--본인이 처음 프로듀싱한 그룹 엠블랙에게 당부 한마디.
▲내가 키운 자식이 호랑이 새끼가 돼 날 음해해도 잘 커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엠블랙이 나보다 더 잘 됐으면 좋겠다.
난 멤버들에게 '꾸준히 노력해라. 연예인이란 직업은 한순간이다.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르니 늘 일을 포기할 수 있을 각오로 마음을 강하게 먹어라'라고 얘기한다.
난 늘 밑바닥부터 다시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던 것 같다. 이 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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