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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고백하고 싶다

최윤미 전주교대 신문사 편집국장

▲ 최윤미 전주교대 신문사 편집국장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두 사람이 생각난다. 5학년 때, 우리 반 선생님은 악명이 높은 분이셨다. 아이들에게 주먹질과 손찌검을 하시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곤 했다. 물론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폭언도 서슴없이 하시곤 했다.

 

이런 선생님과 함께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그 아이는 우리 반의 왕따였다. 그 때는 왕따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지금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그 아이는 집이 동네 산 아래에 있는 비닐하우스라는 소문의 주인공이었고, 수업시간에 국어책을 잘 읽지 못하는 아이였고, 잘 씻지 않고 학교에 오는 아이였다.

 

남자아이들은 그 아이에게 숙제를 대신 시켰고, 때리기도 하고 무시하며 같이 놀아주지 않았다. 여자아이들은 직접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그 아이와 함께 하지 않으려했고 뒤에서 그 아이의 소문과 모습을, 행동을 수군대곤 했다. 물론 아예 말을 같이 안하거나 지금의 왕따처럼 집단폭행을 하고 교과서를 없애고 그러지는 않았다. 그 아이는 그저 우리가 다함께 무시해도 되는 아이였다. 나 또한 그 아이들 중의 하나였다고 이제는 고백하고 싶다. 변명을 하자면 그 때의 우리는 무지했다.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이러한 행동들에는 선생님의 방관 혹은 부추김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그 아이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5학년이 되어서도 국어책을 잘 읽지 못하는 그 아이를 수업시간마다 면박을 주고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셨다. 선생님의 이러한 태도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그 아이에게 그래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우리의 행동을 방관하시는 것이었다.

 

그 때 당시에는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예전보다는 조금 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있는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문득 그 아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 때의 그 기억은 나에게 줄곧 죄책감으로 남아있다. 비록 직접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그 때의 난 왜 힘든 환경에 있는 그 아이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을까, 혹시 그 때의 우리의 행동 때문에 그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혀왔다.

 

그 때 그 선생님이 우리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셨다면, 우리의 행동의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야단을 쳐서라도 가르쳐 주셨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5학년 때의 선생님은 그 아이뿐만 아니라 나머지 36명의 학생들에게 상처를 남겨준 것이다. 그 아이는 직접적으로 우리에 의해, 선생님에 의해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지금의 나처럼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안고 살아야만 하고 또 어떤 누군가는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잘못을 하신 것이다.

 

이러한 경험에서 나는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반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비록 그 아이를 찾아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용기가 지금은 없지만 나의 상황에서 나름대로 속죄하면서 살아가려 한다. 또 다른 그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또 다른 나와 같은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아이들을 생각하고 또 이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서 말이다.

 

내가 사과를 받고 싶은 한 분의 선생님, 내가 용서를 구해야만 하는 한 친구. 이 두 사람을 잊지 않고 가슴에 품으며 나는 '선생님'이라는 이름에 다가가려 노력할 것이다.

 

(전주교대 실과교육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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