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가까운 곳에 꽃·나무 향 가득…새도 날고
많은 사람들이 일탈을 꿈꾸지만 도심 속에서 경험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각박한 아스팔트와 건물 사이에서 휴식이란 단어가 떠올리기가 어렵게 됐다. 아주 가끔은 갑갑한 생활을 벗어나 산책이라도 즐겨보고픈 마음이 든다. 그럴 때 숲으로 간다. 숲 속을 거닐다 보면 답답한 마음도, 우울했던 마음도 금새 사라져버린다. 전북도 블로그단이 운영하는 '전북의 재발견(blog.jb.go.kr)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뒤편 숲길을 소개한다.
△ 숲속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숲속의 공주'
어린 시절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읽은 뒤 "나도 한 번 쯤은 그런 공주가 되어보고 싶다"고 여길 때가 있다. 동화의 영향으로 숲은 내게 기분좋은 경험과 낭만을 선물한다. 숲이 낯설게 느껴질 지도 모를 이들을 위해 전주시가 운영하는 숲체험 행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주된 공연장인 모악당 주차장 왼편에 보면 숲길이 있다. 오늘은 유치원 아이들이 오송제 생태공원 숲을 체험하는 날이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즈막한 숲길을 따라 열 배는 족히 넘는 나무의 높이를 재며 감탄한다. 아이들의 눈에는 거대한 자연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숲이 다 해결해줍니다"란 숲해설사의 말이 귓가에 맴돌기 시작한다.
△ 연못을 들여다보자
오송제 숲길에 들어서면 복숭아나무 과수원이 왼편에, 예쁜 나무 다리와 의자가 띄워져 있는 강이 있다. 휴일이 아닌 데도 고등학생들이 미술수업을 나와 삼삼오오 그림을 그리고 있다. 숲체험 행사의 주인공은 오송제 가까이 있는 한 어린이집의 왕자·공주들이다. 숲을 만나기 전 연못을 둘러보자. 과수원이 가까이 있는 숲은 영양분이 넘쳐 이끼가 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더 가까이 보고 싶어 자꾸만 자세가 낮아진다. 점박이 무늬의 무당벌레를 만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뭇가지를 주워 나무에 대고 있으면 어느새 무당벌레가 등장한다.
△ 메타세콰이어 열매 팔찌와 찔레잎 간식
메타세콰이어는 이곳에도 있다. 메타세콰이어 열매는 크리스마스 나무에 등장할 법한 솔방울을 닮았다. 크기는 아이들 손에 여러 개 안길만한 크기로 숲해설사는 오색 빛깔의 끈을 가져와 팔찌를 만들어줬다. "저는 분홍색으로 해주세요.", "다 해줄 테니, 기다려요." 유치원 선생님들의 손이 바빠진다. 메타세콰이어 나무 아래 연한 찔레순이 보인다. 찔레는 줄기에 가시가 있어서 찔릴 수도 있는데, 막 자라난 찔레순을 따 끝부문을 물어보면 단물이 나온다. 한 선생님은 어릴 때 간식으로 먹은 맛이라고 추억했다. 아이들의 입에도 같은 맛이 날까. "달아요"를 외치는 몇몇 아이들을 보니 숲의 간식으로 해도 될 법 하다.
△ 새도 쉬었다 가는 오송제
오송제의 물가에 목이 긴 새하얀 새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 아이들의 눈에는 멋있고 신기하다. "새야, 여기 봐" 부르면 대답할 것 같은 모습이 새들의 매력일 것이다. 오송제의 아름다움은 곳곳에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의자와 전망대다. 새가 자주 앉는 곳을 알 수 있도록 곳곳에 전망대가 위치해 있었다. 화기애애하게 떠들어도 사람을 피해 날아가지 않는 새는 지금 휴식에 빠져 있다.
△ 피톤치드가 내품는 향기 가득한 편백나무 숲
오솔길을 따라 10분 정도 들어가면 암환자들이 자주 찾는 편백나무 숲이 펼쳐진다. 편백나무의 피톤치드 향기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상쾌함이 코 끝까지 닿는 편백나무 숲이 아이들에게는 웅장한 놀이터가 된다. 특별한 틀이 없어도 마음껏 뛰놀거리가 무궁무진한 숲은 어느새 아이들과 친구가 됐다. 벤치에 눕기도 하고 턱을 괴고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무리 지어 나무막대기를 무기 삼아 역할 놀이도 할 수 있다. 활동량이 넘쳐나는 아이들에게 숲이 제공해 준 것은 자유로움이다. 숲해설을 담당한 유미은·유주미 씨는 자연 속에서 배우는 자연스러움에 대해 전해준다. "마음의 감기에 걸린 친구들도 숲 속에선 다 치유가 됩니다."
△ 아이들의 마음 속에 동심을 키워줄 오송제 숲길
아이들과 함께 오송제 숲길을 걸으면서 이 길이 아이들의 동심을 키워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에 사는 식물·도토리를 캐러 다니는 다람쥐, 연못에 사는 식물, 연못 속 생물이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어 줄 것만 같았다. 아마 이날 아이들은 집에 가서 엄마에게 오늘 자신이 무엇을 봤는지 한참이나 떠들었을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휴식의 공간으로, 아이들에게는 동심을 키우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는 오송제 숲길. 이참에 함께 걸어보면 어떨까.
※ 안정아 씨는 지난해 전북장애인신문 로 활동했으며,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정책단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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