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월드컵경기장·한옥마을 일원서 맛 잔치 한국의 밥상·代를 잇는 맛집·유명인 푸드쇼 조리장 선발·전시·음식 만들기 체험 등 다채
'네가 먹는 것이 바로 너다.'
한국인의 식생활을 돌아보는 작업은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훑는 작업이다. 지난 18일 개막한 '2012 한국음식관광축제'(22일까지 전주 월드컵 경기장)와 '2012 전주비빔밥축제'(21일까지 전주 한옥마을)는 음식과 문화를 엮은 프로그램들로 '맛있는 전주'를 책임진다.
△ 식문화의 뿌리 엿본다
'2012 한국음식관광축제'가 음식에 담긴 문화 코드를 읽어내기 위한 기획전'한국의 밥상'을 꺼내들었다.
삼국·통일신라시대 쌀밥에 채소절임, 젓갈 등을 곁들이는 식사에서 고려시대엔 숭불정책으로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소금에 절인 김치 등 채소류가 발달한다. 드디어 매콤한 김치과 함께 구이·찜·회 등과 같이 다양한 조리음식이 가문 대대로 이어지는 종가집 상차림이 대세를 이룬다.
개화기·일제시대는 흉년과 조세 부담으로 하루에 한 번 그릇 위에 수북히 쌓인 '고봉밥'을 먹거나 풀·감자·나무열매에 잡곡을 섞어 끓인 죽을 먹는 일도 부지기수.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밥을 배불리 먹게 된 것일까. 1960~70년대에만 해도 정부가 혼·분식 장려 운동을 통해 절미(節米)운동을 했을 만큼 식량사정은 여전히 어려웠다. 학교에서는 보리알 숫자를 헤아리는 도시락 검사가 행해졌고, 무미일(無米日)이었던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설렁탕에도 밥 대신 국수를 말아먹곤 했다.'국민 식품'으로 꼽히는 라면의 등장도 이때. 1980~90년대 계속되는 풍년으로 '흰 쌀밥에 고깃국'을 배부르게 먹는 소원을 푼 이들이 늘었다.
2000년대로 들어서자 칼로리와 영양성분까지 따져가며 웰빙밥상이 본격화된다. '한국의 밥상'에서는 우리의 식탁에 다양한 먹거리가 오르게 된 배경을 엿볼 수 있다.
'대를 잇는 맛집'에서는 반세기 동안 고집스럽게 한 가지 음식으로 승부를 걸어온 이름난 맛집을 소개한다. 77년간 3대 째 운영되는 익산 황등육회비빔밥, 59년간 2대째 이어 온 전주 한일관 콩나물국밥, 57년간 인기를 끌고 있는 순창 이대째 순대의 순대국밥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꼭 들러 이름난 한일관은 콩나물 삶은 물에 무·다시마·고추씨·파뿌리를 넣어 육수를 만들고 사각사각할 정도의 적당히 삶은 콩나물을 내놓는다. 여기에 일년 내내 묵은 김치를 사용해 깊은 맛을 더한다.
황등면의 '시장비빔밥'은 찬밥에 뜨거운 국물을 넣어 덥히는 과정을 거친 황등비빔밥 전문점이다. 국물에 적신 밥, 나물, 내장은 이미 단맛이 배어 있다. 주방에서 잘 비빈 밥에 고명으로 얹은 육회와 나물, 내장고기를 재료로 손님이 두 번째 비비는 게 특징.
순창 5일장에서 만날 수 있는 이대째 순대는 속재료가 좌우한다. 토종 순대 맛의 기본은 선지. 살짝 데쳐낸 창자에 기본 야채에 부추, 콩나물, 마늘 등을 넣어 다시 삶아내 겉은 쫄깃, 속은 야들야들하다. 대를 잇는 명인들은 푸드쇼'맛의 비밀을 찾아서'는 김년임 전주가족회관 대표(18일 오후 3시·비빔밥) 배우 권해효(19일 오전 11시·한국요리교실) 일본 배우 오오모모 미오코(20일 오후 2시·누룩소금닭찜)가 참석해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한다.
△ 맛있고 즐겁고 색다른 비빔의 향연
'2012 전주비빔밥축제'는 전라도 음식의 DNA다. 윤기 흐르는 쌀에 갖가지 나물을 곁들여 푸지게 비벼낸 비빔밥을 보면 '통섭'을 외치는 현대적 트렌드와도 통한다. 자신의 입맛에 따라 색다른 재료를 넣거나 쉽게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비빔밥 간편식까지 비빔밥의 변신은 무죄.
'맛있는 비빔'은 축제의 꽃이다. 현장에서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고 완성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제2회 조리 장원 선발대회'(20일 오후 3시 공예품전시관)가 기다려서다.
여기에 색다른 비빔밥·바리스타(공예품전시관)·칵테일(전주성심여고 사거리)까지 추가 돼 이들의 치열한 경합만으로도 분위기가 달아오를 듯.
비빔밥 신메뉴 개발 프로젝트 '색다른 비빔'은 현대인 구미에 딱 맞는 프로그램. (사)한국조리사회중앙회 전북지회와 (사)우리맛연구회가 내놓은 불고기오징어·낙지·힐링해초비빔밥 등은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비빔밥 두부전·비빔컵·비빔주먹도시락·비빔빵 등 저렴한 가격(2000~3000원)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이색 비빔밥 거리(태조로)는 강추.
특히 이번엔 전문가들이 편식하는 어린이 입맛에 맞는 비빔밥 레시피를 개발해 건강까지 챙긴다.
'즐거운 비빔'에서는 비빔밥 4000인 분 비비기 행사를 만나볼 수 있다. 33개 동(洞) 주민들이 맛깔스런 손맛으로 자존심을 내건 '우리 동네 맛 자랑 비빔 퍼포먼스'(20일 오후 2시30분 성심여고 사거리~태조로) 역시 볼거리. 까나리 액젓이 담긴 비빔밥을 가려내야 하는 '비빔밥 복불복'(19·21일 오전 11시, 20일 오후 3시30분 오목정 무대) 등은 관객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
비빔밥축제는 전국에선 유일하게 음식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선정된 전주시를 홍보하기 위한 홍보관도 마련했다. 홍보관에 들어가면 전북 맛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한식 상차림을 비롯해 다양한 비빔밥을 만난다.
이강민기자 lgm1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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