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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철균 (李轍均)편 - 절대 영지를 꿈꾸던 순백의 감꽃 시인

▲ 이철균 시인

쑤꾸기 소리 따라 감꽃은 하나 둘 피어났는가?

 

다시는 오지 못할 푸르름 밑에

 

하마트면 뜨지 못할

 

나의 눈빛이

 

진정 새로운 뜻으로만 피어났는가?

 

의좋은 어느 집 어린 형제와 같이

 

돌담 위에 서로의 손짓이 보일 듯

 

어제 밤 너와 나와의 아쉽던 가슴 위엔

 

저기 저 감꽃이 쑤꾸기 소리 따라 피어 났는가?

 

-이철균,「감꽃」 전문

 

'쑤꾸기'는 보릿고개가 한창일 때 마을 뒷산에서 애절하게 울어대던 새(뻐꾸기)였다. 복거일은 이철균의 이러한 '「감꽃」을 낭송하면 사랑의 애틋함으로 가슴에 파란 물살이 일어 - 지난날의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고 하였다. 시조 시인 정완영도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보는 이도 없는 날에 /푸른 산 뻐꾸기 울고 감꽃 하나 떨어진다.'(「감꽃」)를 발표하여 이철균의 '뻐꾸기 울음 속에 피어나는 감꽃'의 시상을 이어가고 있다. 해가 긴 봄날 '쑤꾸기 울음'과 '새하얀 감꽃'의 절묘한 매치(match)는 소박하고도 담백한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 고향의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썩 좋은 시적 소재다.

 

그의 시에는 이처럼 '감꽃'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늦은 봄이던가 초여름이던가 아무튼 보릿고개가 한창일 때 그 조그맣고 하얀 감꽃이 '쑤꾹기 소리 따라 하나 둘 피어났다'이른 새벽이면 아직도 서늘한 아침 공기에 몸을 웅크리며 동네 아이들은 그걸 주워 먹곤 하였다. 쌉쏘롬하고 약간 떫은 맛이 있으면서도 뒷맛이 달큼한 감꽃 내음, 그걸 주워 먹으려고 이른 새벽부터 눈을 부비며 골목길을 나섰던 어린 날의 추억들이 새롭다.

 

그는 누군가

 

여기서는 소쩍새 소리 따라 귀 대이면

 

감꽃 어느 방에선가 너의 속삭임

 

부르면 돌아서서 수줍어 숨어들더니

 

앞산 뒷바다 끌어안고

 

冬天에도 붉은 달로 뜬다.

 

빈 메아리는 허무와 절대의 사이에서

 

그렇게도 울어대더니

 

이제는 하늘까지도 버리고 나서

 

감은 즉 한 개의 감

 

애당초 그것뿐

 

내 時空 앞에 꾀 벗고 섰구나.

 

- 이철균. 「감」 부분

 

이 시에서도 '감'이 등장하고 앞의 '쑤구기'처럼 소쩍새가 등장하고 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배경(back ground)으로 '꾀 벗고 우투거니 서 있는 한 개의 감'이 전경화(前景化)되어 독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것은 분명 '절대'와 '허무' 틈새에서 '그렇게 울어대는' 화자의 심정과 다르지 않으리라. 그는 이렇게 절대 순수의 영지를 그리워하다 감꽃처럼 잠깐 얼굴을 보였다가, 한 권의 시집을 남기고 떠난 순백의 감꽃 시인이었다.

 

전주에서 출생한 이철균 시인(1927-1987)은 전주북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早稻田) 제1고등학원을 졸업했다. 귀국 후 목포 문태중학교와 전주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1949년-1958)을 하면서 1953년 『문예』지에 「염원」(1953.2), 「한낮에」(1953.6), 「소리」(1954.3) 등이 서정주에 의해 3회 추천되었다.

 

1955년에는 전주에서 시 동인지 『南風』을 주재하여 발간하고, 잡지 『인물계』의 편집인으로 활동하였으나 60 평생을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며 시를 썼다. 그러나 말년에는 전주고등학교 재직시 동료 교사였던 서울 하희주 시인 자택 별채에서 독거하다 별세한 외로운 시인이었다. 전북문인협회는 1992년 그의 유고시 82편을 '『신즉물시초』 新卽物時抄'란 시집으로 묶어 그를 기렸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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