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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다운 세상 살기

■ 제시문

 

〈자료 1〉 세 가지 이상한 상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경제에 기초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어쩐지 이 시장경제를, 개인을 넘어선 강제력을 가진 피할 수 없는 것, 앞으로 영원히 함께하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같은 존재라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기껏해야 400년의 역사밖에 갖지 않은 새로운 시스템입니다.

 

그렇다면 처음이 있으니 끝도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이 시스템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빈틈없이 들어가 있으므로 마치 역사적 필연인 것처럼 오해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장경제는 무엇으로 성립되어 있을까요. '인간', '자연', '화폐', 이 세 가지 요소입니다. 시장에서 이 세 가지를 교환, 생산, 소비함으로써 돌아가는 시스템이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그리고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생각할 때는 여기서부터가 대단히 중요한 것인데, 이 세 가지는 원래 어느 것도 상품화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 사회가 시장이 되었고, 시장 안에 완전히 편입되어 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원래는 상품이 될 수 없었을 세 가지의 의제적인 상품화가 극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슬아슬한 극한의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완전히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지진 재해가 일어나고, 원전 사고 참사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 강상중, 살아야 하는 이유 -

 

〈자료 2〉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자본주의의 왜곡된 모습과 과학기술 시대의 대참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가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입니다. 슈마허는 자원 문제에 대해 한도가 있는 화석연료의 대량소비를 확실히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의 노동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언급하고 있는데,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기술이나 노동방식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원전'에 대한 발언입니다. 다소 길긴 하지만 무척 현실적인 글이어서 인용하겠습니다.

 

"가장 큰 폐기물이라고 하면 물론 내용연수가 지난 원자로다. 원자로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20년이나 25년 내지는 30년이라는 사소한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떠들썩하지만, 인간의 사활이 걸린 중요성을 가진 문제는 아무도 논하지 않는다. 그 문제는 바로 원자로를 파괴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이 그대로 수백 년 또는 수천 년이라 방치해 두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 그리고 원자로는 소리도 없이 공기와 물과 토양 중에 방사능을 계속 유출하여 모든 생물에 위협을 가한다는 점이다. 점점 늘어가는 이런 악마의 공장 숫자와 장소를, 사람들은 생각해 보지도 않는다. 물론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상정되어 있고, 전쟁도 내전도 오늘날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만연하고 있는 소요도 예상 안에 들어가 있지 않다. 사용이 끝난 원자력발전소는 추악한 기념비로 남고, 인류의 미래에는 위협도 동요도 전혀 없거나, 가령 그게 있다고 해도 오늘 약간의 경제적 이익이라도 있다면 미래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사고의 어리석음을 계속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 강상중, 살아야 하는 이유 -

 

〈자료 3〉 예측 불가능성과 자유

 

필자가 경기 예측과 같은 문제에 대해 '자동화'의 유용성을 부정한다고 해서 다른 업무, 이를테면 수학 문제를 풀거나 생산공정에 대한 프로그램을 짜는 데 컴퓨터나 그와 유사한 기계가 지닌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업무는 모두 엄밀과학이나 그것의 응용분야에 속한다. 이것의 주제는 비인간이다. 아니 인간 이하의 것이라고 말하는 편이 타당할지 모르겠다. 그것의 엄밀성은 바로 인간의 자유의 부재, 선택, 책임, 존엄성의 부재를 드러내는 기호이다. 인간의 자유가 개입되는 순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데, 여기서는 빈번한 기계사용이 커다란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구분을 지우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저항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사회과학이 자연과학의 방법을 수용하고 모방하려는 그릇된 시도 때문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경제학은 엄밀과학보다 위대한 지혜의 영역이다. 아니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클라크의 주장에 따르면 "장기적인 세계에서 경제 균형은 독자적인 방식에 따라 스스로 전개되는 것으로, 이는 정치적 사회적 변화와 무관한 것이다." 클라크의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그의 형이상학적 전제 조건이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즉 세계 경제의 균형은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정치적 사회적 변화에 아주 크게 의존하며, 그래서 클라크가 이용했던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예측 방법은 단지 진실 같은 가짜를 산출하는 데에만 기여할 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경제생활을 포함해서 인간의 삶은 흥미진진할 정도로 너무나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래도 살만한 것이라는 기분 좋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 E.F.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자료 1〉과 〈자료 2〉의 공통 요지를 서술하고, 이를 〈자료 3〉의 관점에서 분석하여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설명하시오.(900자 내외)

 

2. 면접 논제

 

-시장경제가 현대사회의 우리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일본의 원전 사고를 보고서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기술이 발달하는 미래의 세계는 살만한 세상일까, 위험한 세상이 될까를 예측하고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말하시오.

 

■ 쟁점 확대하기

 

1. '인간', '자연', '화폐'에 대하여 생각하기

 

'인간'은 다른 말로 하면 노동력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으로 물건으로 취급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휴식도 필요하고 능력에도 차이가 있고 병에 걸리지만 자본가와 계약을 맺어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구조가 생겼다. 그런데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인간의 노동력은 돈으로 계산되고 말았다.

 

'자연'을 상품화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토지의 경우 몇 번이고 팔면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지만 토지자본주의로 발전을 시켜 거품경제의 붕괴로 인한 좌절을 경험하고 심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자연 상품화의 폐해로 석탄 석유 등의 에너지 자원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생태 파괴로 지구 전체의 위기를 불러온다. 석탄을 다 캐고 석유를 다 뽑아내면 나면 그 다음으로 원자력에 주목한다.

 

'화폐'는 상품교환의 매개 도구이고 생산활동의 밑천이지만 화폐자체가 '머니'라는 금융상품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자본이 자유화하여 다양한 주식투자나 헤지펀드라 불리는 글로벌 머니게임이 전개되어 세계 경제의 동향이 화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리먼 사태나 유럽의 금융위기도 결국 1973년의 변동환율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상황에 익숙한 우리는 자본주의를 금융자본주의라고 생각해버리지만 금융자본주의가 침투한 것은 40년 정도밖에 안된다.

 

2. 기술이나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기

 

기술이나 시스템은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는데 어느 정도의 작용을 할 수 있다. 슈마허는 원전은 지진도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지는 '악마의 공장'이고, 주위의 생물 환경에 위협을 가하면서 100년, 1000년 해체할 수도 없는 '추악한 기념비'로 계속 남는다고 말하고 있다. 대단한 안목이다. 그리고 강상중 교수는 일본의 원전사고가 정책적인 전망의 결여나 생태학 사상에 대한 근본적인 잘못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라 현재 악용되고 있는 기술이나 시스템 일부에 우연히 좋지 않은 일어났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견해도 있지만 그런 변명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이러한 위험성을 40년 전에 이미 슈마허가 경고했다고 말하고 있다. 슈마허는 '어떤 기술에 성공해 버리면 그것이 다음 문제를 만들어낸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어떤 사물의 폐해(부작용)를 없애려고 하면, 이번에는 다른 폐해(부작용)을 부른다. 용케 좋은 점만 손에 넣는 일은 어렵다'고 한 사고와도 비슷하다. 슈마허는 인간, 자연, 화폐라는 세 가지 요소에 모두 선견지명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3. 작은 것이 아름답다 - 경쟁과 속도전에서 벗어나 스스로 통제하기

 

슈마허는 경제학자나 통계학자도 인간의 삶은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완벽하게 간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법칙이라는 제약 조건이 존재한다고 해도 여전히 개인이나 집단의 운명의 지배자가 우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통계학자 자연과학자 엔지니어 철학자 등의 노하우가 우리의 운명을 제약하는 요인을 명확히 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탐구할 수는 있다. 실행가능성 연구는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가 있는데 이것은 오늘날 '성장'이 전세계 경제학의 핵심기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그는 우리의 산업 문명이 지닌 기본적인 오류가 대체 불가능한 자연자본을 계속해서 소득으로 취급한다는 것을 정열적으로 논증하였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이 거대주의라는 우상숭배로 인해 고통을 겪는데, 작은 것이 적용되는 곳에서의 미덕을 고집하는 게 필요하다고 슈마허는 주장하였고, 그가 제시하는 '작은 것'은 경쟁과 속도전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한 경제 규모를 유지할 때 비로소 쾌적한 자연 환경과 인간의 행복이 공존하는 경제구조가 확보될 수 있다고 믿었다. 경제성장이 물질적인 풍요를 약속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인간성 파괴라는 극복되기 힘든 부산물을 남긴다면 미래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 쟁점 기출문제

 

1. 논술 : 2011학년도 성균관대 인문 2 논술문제

 

-한양대 2012학년도 신입학전형 수시 2차 인문계논술

 

[문제] 〈가〉의 논지를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의 각 급훈을 분석·평가한 다음, 〈다〉의 문제의식을 참고하여 바람직한 급훈을 만들고 그 프레임을 설명하시오. (1,400자)

 

-한국외국어대학교 2012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 논술고사

 

[문제 1]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요지를 각각 우리말로 서술하고,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공통논제를 제시하시오. (400자 내외)

 

[문제 3]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핵심적 차이를 바탕으로 (자료 4)에 나타난 경제학자의 제안을 (자료 3)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제시하시오. (800자 내외)

■ 쟁점 관련 도서

1. 강상중, 살아야하는 이유,

 

2.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쟁점 관련 영화

 

〈쓰나미, 벚꽃 그리고 희망 The Tsunami and the Cherry Blossom〉

 

일본 다큐멘터리, 감독 루시 워커

 

■ 쟁점 관련 영상

 

지식체널e 〈그것만이 내 세상〉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 논술문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보다!

 

우리의 생활에서 편리함과 익숙함으로 인해 마치 이러한 것들을 당연시 여기곤 한다. 세 가지 이상한 상품이 '인간', '자연', '화폐'라 한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러한 것들이 '이상한 상품' 되었음을 다시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일이다.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되는 세 가지 기본 요소들을 교환, 생산, 소비하는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의례적인 상품화가 극한까지 진행되어 재해와 지진이라는 참사를 낳았다.

 

에른스트 슈마허는 일찍이 경제적 이익만을 쫓으며 미래의 위협을 모르는 어리석은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를 경고했다. 자본주의의 왜곡된 모습과 과학기술 시대의 대참사를 언급하며 대량소비를 멈추고 원자로의 폐기물을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한 위 두 개의 주장은 성장위주의 시장경제로 인해 인간의 환경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공통 요지를 만든다. 〈자료 3〉에 의하면 슈마허는 자동화의 유용성을 부정하고 비인간화 기계사용의 위험에 저항해야 하며 물질적인 성장보다는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자그마한 경제규모를 유지할 때 쾌적한 자연환경과 인간의 행복이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작은 것이 적용되는 곳에서의 미덕을 고집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오늘날 '성장'이 전 세계 경제의 핵심기조가 되었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물질적인 풍요를 약속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인간성 파괴라는 극복되기 힘든 부산물을 남긴다면 미래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더 큰 것,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원하는 시스템이 아닌, 만족하고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경쟁과 속도전에서 벗어나 문제점을 정확하고 심각하게 인식하여 스스로를 통제하는 세상이 살만한 세상이다. / 익산 원광여고 1학년 백제경

 

2. 교사 총평

 

현대사회는 불안해서 살만한 세상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이미 일본은 원전이 터져 엄청난 재앙을 입었다. 이렇게 불안하고 위험한 시대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에 강상중 교수는 인간중심의 경제를 주장한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인용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제경이는 자료를 정독하여 그 근거를 찾아 경쟁과 속도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통제하는 세상이 살만한 세상이라고 서술하였다. 세부적인 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독해력

 

제시문을 읽고 지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찾아내어 서술한 것으로 보아 독해력이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제시문 1과 2에서의 공통 요지를 잘 찾아 내었다.

 

△ 논리력

 

논제에서 공통요지를 서술하고 이를 자료3의 관점에서 분석하라고 하였는데 제경이는 지문을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논리력이 부족하다. 900자라는 짧은 글에서 서론의 두 개 단락을 낭비하였다. 논술지문에서 요구하는 공통 논지로 첫단락을 언급한 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해야 한다.

 

△ 표현력

 

논리력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묻는 것에 대하여 답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였으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것이다. 즉 이러한 논제는 공통요지로 시작을 한 후, 내용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첫 번째 단락의 '마치'나 두 번째 단락의 '일찌기' 등의 표현은 학생 논술문에서 사용하기에 어색한 표현이다. 논술문은 제시문을 인용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언어로 작성하는 것이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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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섭 chungd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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