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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은 둘째는 행복 바이러스"

군산 박영길·이소희씨 부부 / 잇단 유산에 데려다 키우자 결심

▲ 가슴으로 낳은 아이 덕에 행복을 키우고 있다고 말하는 박영길·이소희씨 부부가 입양한 둘째 민유, 큰 딸 민서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다. 이강민기자 lgm19740@

가장인 박영길씨(43)와 아내 이소희씨(38), 큰 딸 민서양(9), 막내 딸 민유양(5개월) 등 4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군산시 수송동의 한 아파트.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가족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영길씨 가족은 조금은 특별하다.

 

38살 '노총각(?)' 영길씨와 29살 '꽃 처녀(?)' 소희씨는 지난 2004년 다니던 교회 목사님의 소개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5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큰 딸 민서를 얻었다. 9년 뒤인 2013년 3월엔 막내 딸 민유를 품에 안았다.

 

여느 가정의 아이들 못지않게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는 두 딸이지만 민서와 민유는 조금은 다른 점이 있다. 민서는 소희씨가 출산의 고통을 이겨내며 얻었지만 민유는 가슴으로 낳았다. 영길씨와 소희씨 부부는 지난 3월 민유를 입양했다.

 

"입양을 결정하면서 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가정의 울타리를 갖지 못한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꿔 줄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민유가 집에 온지 1주일도 안 돼 제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민유 때문에 가족이 변하더라고요."

 

부부가 민유를 가슴으로 낳게 된 사연은 이렇다. 큰 딸 민서가 세상에 태어난 지 1년 뒤인 2006년과 2008년 소희씨는 두 차례 임신을 했지만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두 아이를 잃었을 때 하나님이 왜 이렇게 큰 아픔을 주셨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겪는 아픔이 나와 같은 아픔이 있는 사람을 위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2년 10월 입양기관을 찾았다. 그리고 서류를 작성하고, 절차를 밟아갔다. 쉽지 않은 길, 큰 힘이 돼 준 사람은 남편 영길씨였다. 4년 전 입양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반대가 심했던 영길씨가 오히려 회사까지 쉬어가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소희씨는 "몸이 아파도 쉬지 않을 정도로 회사에 열심인 사람이에요. 그런데 민유를 데려오기 위해 회사를 며칠씩 쉬어야 하는데 너무나 즐거운 마음으로 나서주더라고요. 그동안 보지 못한 남편의 새로운 모습을 봤고, 부부간의 신뢰도 더 커졌습니다"고 했다.

 

부부는 이렇게 얻은 민유와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또 부쩍 늘어난 가족과의 대화로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다. 시샘을 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던 큰 딸 민서는 방과 후 수업까지 빠지고 집에 올 정도로 민유를 아끼고, 사랑한다. 소희씨는 "민유가 아빠와 엄마, 언니를 너무 많이 닮았어요. 처음에는 걱정하시던 부모님들도 이제는 '민유는 너희 부부의 자식이 될 아이였나 보다'며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다"며 "민유가 없었다면 어떨까 상상이 안 될 정도로 행복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민서를 키울 때와 같은 마음으로 민유를 키울 겁니다. 민서와 민유가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는 것은 물론 건강한 사회의 좋은 이웃이자 좋은 친구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아무리 든든한 보호막이 돼도 평생 품에서만 키울 수 없지 않느냐"며 "민유가 입양아라는 세상의 편견에 상처받을 일이 많을 텐데, 근성 있고 강인한 아이로 자라게 해서 편견을 갖는 아이들을 오히려 변화시키는 아이로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부부의 다짐은 '민첩하면서도 넉넉한 마음을 가지라'는 민유(敏裕)의 이름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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