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스타 등 관객과의 소통 눈길 / 무난한 성적표…안정적 운영 과제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고석만·4월 25일~5월 3일)가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중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했던 영화제는 프로그램의 구성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여기저기 터져 나온 악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국내외 심사위원들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실험적이고 다양한 작품들이 상영되며 영화제의 전통과 미래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숏!숏!숏! 2013'과 '카프카 특별전'을 통해 영화와 문학을 시도한 점은 뜻깊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상영작이 대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전주영화제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정지영 감독이 제작을 맡고 백승우 감독이 연출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표현대로 '얌전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웠으나 정치적 색을 무리하게 덧씌운 정부의 입장 표명으로 더 큰 관심을 끌었다. 홍보대사를 대신해 평론가·감독·배우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관객과의 대화(GV)와 지프 클래스 등은 더 넓고 깊은 소통의 장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영화제 내내 계속된 자막 사고와 우왕좌왕한 JIFF지기 등은 영화제 시곗바늘을 되돌리는 듯했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충분히 예상했으나 또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극장 안은 천국 같았고 밖은 우울했다"며 재치있는 반어법으로 거듭 정중하게 사과했다. 이어 "조직이 바뀌어도 영화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카프카 특별전'·'숏!숏!숏!' 돋보여…대중성 치우친 일부 작품 선정 아쉬움 = 올해 전주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는 46개국 190편(장편 120편·단편 70편). 지난해 42개국 184편(장편 137편·단편 47편)에 비해 6편이 늘어나 모두 319회의 상영 횟수를 기록했다. 반면 유료 관객수는 6만5300명으로 지난해 6만7144명에 비해 1844명이 줄었고 좌석 점유율도 79%로 지난해와 비교해 1.1% 감소했다.
그럼에도 한국영화의 선전은 이례적이었다. 한국단편경쟁과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가 최고 인기 섹션으로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최고 인기작 상영작 베스트 10(가나다순)은 '디지털 삼인삼색 2013', '마스터', '마테호른', '성', '숏!숏!숏! 2013', '아자가사미의 말', '천안함 프로젝트', '타협', '폭스파이어', '환상속의 그대'가 선정됐다. 문학과 영화의 만남을 시도한 '숏!숏!숏! 2013'는 높은 완성도로 선보이면서 전주영화제 간판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 2013' 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대중성으로 보폭을 넓힌 것은 바람직하나 전주영화제가 부산영화제와 차별화되는 방향의 프로그래밍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제 경쟁 심사를 맡았던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이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고 지적한 것도 심사위원들의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달라 영화를 보는 관점이 판이하게 다른 까닭이기도 하지만 출품작 수준이 들쭉날쭉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다름아니다.
△ 상금은 늘고 판권 사업 확충 = 조직위는 국제영화제 위상에 걸맞게 경쟁 부문 상금을 높였다. 일단 국제경쟁 중 1편을 선택해 전북대가 수여하는 '전대상'(대상·상금 2000만원)을 신설했다. 국제경쟁·한국경쟁에 선정된 한국영화 1편에 전용관 개봉(2주 이상)·홍보마케팅비 2000만원을 지원하는 'CGV무비꼴라쥬상'은 현금 1000만원과 차기 작품에 기획개발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추가로 지급됐다.
저예산·독립·예술 영화의 제작·유통·배급을 돕기 위한 '제5회 전주 프로젝트 마켓'(JPM)은 상금이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모두 1억1000만원의 상금과 3000만원 상당 현물 지원 등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올해는 상금 2000만원과 현물지원 2000만원 등에 그쳤다. 다만 기존 사업이 기획 발굴 단계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제작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 (사)전주영상위원회와 (재)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하나로 묶은 것이 특징.
전주프로젝트마켓 프로모션 피칭에서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등 영화관계자들이 독립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으나 영화제를 와서 최근 경향에 맞게 기대되는 작품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면서 "내년에는 펀드 규모를 더욱 늘려 작품들의 배급·상영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지프지기 교육 미숙 등 운영 허점 노출돼 = 조직위의 거듭된 사과에도 영화제 동안 미숙한 운영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첫 공식 행사인 개막작 '폭스파이어' 시사회 때부터 자막 사고가 나더니 시네마 페스트에 초청된 노옐레 데샹 감독의 '꿈꾸는 자들' 상영 중에도 잠시 자막이 나오지 않았다. 상영관 내 지프지기가 영화제 전반의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일도 빈번했고, 외국인 관람객들을 위한 세심한 안내가 부족해 길을 잃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영화제를 찾는 취재진과 게스트에 대한 배려도 요구됐다. 지난 26일 류승완 감독과 배우 정우성이 참석해 많은 취재진이 몰린 국제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프레스라인이 불분명해 잠시 고성이 오갔다. 또한 지역 영화 전문가들에게 게스트 카드 발권이 이뤄지지 않아 정작 지역 영화계 인사들의 냉소를 사는 실수도 이어졌다.
이벤트가 취소되는 일도 많아 영화 외에 볼거리가 적다는 불만도 계속됐다. 지난달 27일 예정돼 있던 아름다운 경매, Sachoom 공연, 야외 영화 상영 등이 비때문에 취소됐다. 하지만 조직위 측은 홈페이지 등에 취소 공지를 올렸을 뿐 대체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의 순발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마스터 클래스와 일부 시네마 클래스·토크 크래스가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리면서 축제 분위기로 이어지지 못했고, 영화 야외 상영 3회 중 2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옛 공무원복지매장은 썰렁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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