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에 대한 지적이 있다. 물론 이제 두 번째이니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한옥마을과 유료화한 경기전 내의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다. 현재 경기전 내에서는 왕실의상체험, 전례 및 수문장체험, 탁본, 왕실 가마타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관람객들 호응도 뜨겁다. 콘텐츠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지적은 프로그램이 잘 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평가일 것이다. 이들 체험프로그램은 경기전만의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해 볼 수 있는 체험이니, 언제든 식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바쁜 마음의 지적인 것이다. 분명 특화된 체험프로그램의 개발은 필요하다. 직접 체험 이외에도 보고 공부할 수 있는 체험도 구상했던 대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경기전과 한옥마을 내, 빼놓을 수 없는 시설은 어진박물관이다. 유일본인 태조어진과 어진을 봉안할 때 사용했던 장엄구들을 모셔놓은 어진박물관은 어진훼손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박물관이지만 5백만 명이 넘는 한옥마을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담보해 낼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경기전 내의 체험프로그램과는 달리 어진박물관은 경기전의 역사문화유산을 온존히 담아내고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의 핵심일 수 있다.
2012년 어진박물관 관람객 수가 5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는 2010년 기준을 볼 때 세계 박물관 중 96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11년 3,239,549명으로 9위에 올랐고, 국립민속박물관은 2,355,956명으로 16위를 차지했다. 1백만명을 넘기면 세게 50대 박물관에 들어갈 수 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쳐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어진박물관의 컨셉을 확장해야 한다. 현재 어진박물관은 태조어진과 이안 장엄구가 중심이다. 이를 왕실의 기록문화와 왕실의례로 넓힐 필요가 있다. 전주사고에 보관했던 조선왕조실록의 복본이 이미 제작되었고, 조선후기 실록도 복본 중에 있다. 이들 국가기록의 보존소로서의 기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대산사고 전시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제례 역시 콘텐츠로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기강을 세우는 것은 그 근본을 바로 세우는 것이었으니,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찾는 것이 곧 국가의 근본이었던 세상이었다. 전시실로 쫓기 듯 들어간 반차도 인형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이다. 반차도 인형에 대한 호응도가 유물을 넘어설 정도이니 독립적인 공간의 마련도 고려해 볼만하다. 아울러 한지공예고장으로서 닥종이 인형의 전시산업화에도 눈을 돌려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시설의 확장이다. 어진박물관에 하루 1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들어온다는 것은 그야말로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변변한 휴게실 하나 없고 교육 장소는 말할 것도 없다. 사람에 밀려서 보고 지나쳐야 하고 더위에 그늘이랍시고 계단 옆에 쭈그리고 앉아야 하는 실정이다. 콘텐츠가 아무리 중요해도 관람객의 편의를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 지역는 늘 고만 고만하나는 이야길 많이 듣는다. 경기전과 한옥마을, 잘 나가고 있을 때 더 큰 꿈을 꿔보는 것이 곧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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