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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사교육 어디까지 왔나 (상) 진화하는 학원가

사교육비 증가율 지난해 비해 15.5%p 증가 / 학부모·학생 이중고…유아 조기교육 열풍도

한 때 '아이가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됐다.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그것이다. 대를 이어온 부모의 재력을 바탕으로 사교육에 투자하면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해 손쉽게 중산층에 편입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셈이다. 정부가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규제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지금, 이 공식이 여전히 유효할까. 본보는 앞으로 두차례에 걸쳐 도내 학원가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사교육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통계청에 의뢰해 분석한 '2012 사교육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의 지난해 사교육비 규모는 5577억 원으로, 지난해(5010억 원)보다 11.3%p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17만9000원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지만, 사교육비 증가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15.5%p나 증가했다.

 

하지만 전북의 사교육비 규모를 쉽게 수긍하는 학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학부모 3명 중 2명 꼴로 "학원비로 월 평균 30만 원을 투자한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도내 사교육시장 규모를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30만원으로 늘려 도내 유치원·초·중·고교생수(28만2000여 명)을 곱한 수치다. 등록 학원이 정부의 선행학습 규제 여파로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교육이 음지에서 성업중'임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전북 지역 사교육업계의 무게중심은 어느 쪽으로 이동하고 있을까. 몇 년 전까지'전북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전주 서신동 학원가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반면 중화산동·효자동 고급 아파트 일대가 새로운 사교육 메카로 됐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대형 프랜차이즈 분원은 물론 10년 안팎의 경쟁력을 자랑했던 서신동지역 학원들의 경우 대기업 인수 등의 악재로 인해 주춤하고 있고, 일부는 경영난 이유로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와 함께 사교육의 관심사가 특목고 입시 중심에서 내신 관리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부의 입시정책에 따라 내신이 고입·대입 합격을 좌지우지해서다. 그 결과 상당수 학원들은 선행학습용 수업 외에 시험을 앞두고 내신관리용 수업을 따로 진행하고 있었다. 영어학원의 경우 레벨 테스트에 따른 수업 외에 중간·기말고사에 대비한 수업을 한달 씩 병행하기도 한다.

 

수학학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과부가 '창의력 수학', '스토리텔링 수학' 등을 내세워 사고력을 기르는 수학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출제하는 중간·기말고사와는 거리가 있는 교육과정"이라며 "사교육시장에 더 의존하는 분위기만 만든다"는 불만 섞인 표정이다.

 

내신을 높이고 통합형 논술을 대비하려는 고교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카드는 과외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수능의 새로운 유형을 분석하고 적용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그런 정보에 밝고 스케줄 조정이 가능한 과외강사들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한편 초·중·고 사교육 시장의 열기는 영유아로 옮겨지는 모양새다. 영어 조기교육 광풍을 등에 업고 전주 서신동·중화산동·효자동 등에는 영어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영유아 어학원 등이 성업중이다. 영어 성경을 앞세워 영어실력은 물론 성품까지 가르친다는 변종학원도 등장했다.

 

한 학부모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을 보면 교육은 없고 시장만 있는 것 같다. 가정에서 이뤄져야 할 인성교육까지 학원을 보내는 시대가 됐다는 데 자괴감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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