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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훔친 할머니 '눈물 닦아준 경찰'

"지적장애 아들 먹이고 싶어"…딱한 사정에 생필품 전달"

지체장애 아들에게 먹이고 싶어 음료수를 훔친 노모의 안타까운 사연에 경찰이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난 1일 익산경찰서 형사과.

 

백발의 할머니가 연신 "죄송합니다"란 말만 되풀이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었다.

 

익산시 중앙동에 사는 윤모씨(79·여)가 지난 8월 31일과 9월 2일 익산시 평화동의 한 상가에서 4만원 상당의 음료수 3박스를 몰래 유모차에 싣고 나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

 

윤 할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음료수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그랬다"며 "정말 죄송하다"며 자식뻘인 형사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할머니는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40·정신지체 2급)과 단 둘이 생활하고 있다.

 

모자는 아들에게 지원되는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근근이 삶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은 할머니의 딱한 사정에다 피의자가 고령인 점, 피해사실이 경미한 점을 들어 일단 귀가토록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기 위해 할머니의 집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방안은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차 있었고, 쥐들이 들끓는 등 모자가 생활하기에 너무 열악한 환경이었던 것.

 

이에 형사들은 비록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나 사정이 워낙 딱한 만큼 당장 이 할머니 돕기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박성구 형사과 과장을 비롯해 형사들은 이달 4일 범죄피해자지원협의회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할머니의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화장지와 과일, 라면 등 생필품을 전달했다.

 

박성구 과장은 "어쩔수 없는 생계형 범죄로 선처를 하고 싶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어 입건할 수 밖에 없었다"며 "보잘것 없는 작은 사랑나눔이지만 모자가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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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국 psy235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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