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난 후 날씨가 무척 쌀쌀해졌다. 매서운 칼바람에 벌써 겨울이 오나 싶은 날씨다. 긴 여름과 빨리 찾아오는 겨울. 그 중간에서 충분히 가을을 즐 있을까? 길거리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즈려밟고 다니다 보면 괜시리 나무를 쳐다보게 되고 '아, 이번 해에는 내장산으로 단풍놀이도 못갔네'하고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단풍놀이하면 떠오르는 산! 소문 듣고 찾아온다는 단풍의 명산 이 바로 내장산이다. 단풍의 끝자락, 내장산은 가을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있을까?
△가을에 취해 빨갛게 달아올라
차가운 가을비에도 내장산은 막바지 단풍을 즐기려는 탐방객으로 북적였다. 취재를 가기로 예정했지만 조마조마 했었다. 길거리를 다니다가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보면서 내심 '내장산도 이미 다 떨어져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데 역시! 내장산은 다르긴 달랐다. 막바지 단풍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나무마다 풍성한 잎과 고운 색깔을 유지하고 있었다. 단연 전국 제일의 단풍 명소다운 품격이었다.
△내장산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
여기서 잠깐! 내장산의 단풍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환경적인 인자는 온도, 햇빛, 수분의 공급이다. 이 3박자가 딱 들어맞는 내장산 단풍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 가을 일교차가 크다. 일교차가 클수록 단풍이 물들어가는 과정이 더 활발히 일어난다. 주요 산들의 평균 일교차와 비교해 볼 때 내장산은 월등히 일교차가 크다.
둘째, 단풍나무 종류가 다양하다. 내장산의 단풍이 화려함을 뽐낼 수 있는 것은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내장산에는 11종의 단풍나무가 분포하고 있어 설악산(6종)이나 지리산, 오대산(4종)과 비교해 볼 때 종류가 많다. 색색이 물들여진 내장산을 보고 있자면 눈이 호강하는 듯하다.
셋째, 가을 일조시간이 길다. 내장산은 주변에 높은 산이 없는 평야 지대로 일조시간이 길다. 이는 흐리거나 구름 낀 날이 적고 나무가 햇빛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일조시간이 길수록 나무는 광합성량이 많아지고 잎 속의 당분도 늘어난다.
넷째, 늦가을 절정에 이른다. 북쪽에서부터 설악산, 오대산, 속리산, 북한산, 지리산 등의 명산 단풍이 다 지고 난 다음 가장 늦게 절정을 맞는다. 북쪽의 비슷비슷한 절정 시기와 달리 독보적인 절정시기를 가진 것이 내장산이 사랑을 독차지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림 속 산사, 내장사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636년)에 영은조사가 창건했다. 한때는 50여동의 대가람이 들어서기도 했었지만, 정유재란과 한국전쟁 때 모두 소실되고 지금의 절은 대부분 그 후에 중건된 것이다. 알려졌다시피 내장사는 그 역사적 유래나 유물보다 주변의 경관이 더욱 유명한 사찰이다. 단풍도 무척 빼어나지만 사계절 경치가 모두 아름다워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사찰 내 대웅전이 전소되는 안타까운 사건도 겪었다. 현재 그 자리에는 임시로 비닐하우스가 세워져 있다. 역사적으로도 여러 차례 소실의 아픔을 겪었던 내장사이기에 그 안타까움은 더더욱 크다. 하루빨리 대웅전이 복원되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단풍구경도 식후경
아무리 단풍빛깔이 고와도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집에서 도시락을 싸온다면 까먹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산행에는 초콜릿과 간식거리, 음료수를 꼭 챙겨야 한다. 가파른 산이 아닌 잘 닦여진 산책길만 걸어도 생각보다 체력소모가 크다. 산을 오르는 중간중간 군것질은 산행을 더욱 즐겁게 해 주는 활력소다.
△대한민국 단풍의 종결자
야속할만큼 짧아진 가을은 1년 내내 단풍을 기다려온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내장산을 찾아왔다. 아마 오늘 내장산 소식을 들으며 "주말에 갈 걸"이라며 후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붉은 내장산의 단풍 나무에도 겨울이 내려앉을 것이다. 그 전에 대한민국 단풍의 대명사, 내장산의 가을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친구, 가족, 연인들과 빠알간 단풍길에서 가을을 담아보시길!
※방소희씨는 전북대 사범대학 역사교육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생. 현재 2013 도민블로그 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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