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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고민하다 사랑에 빠진 원숭이와 인간

전주 창작극회 '빨간 피터, 키스를 갈망하다' / 카프카 원작에 입양 소재 추가 재밌게 풀어내

▲ 연극 ‘빨간 피터, 키스를 갈망하다’ 공연 모습.

연극‘빨간 피터의 고백’은 연극배우 추송웅씨(1941~1985)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연극사상 최대 관객을 동원하며 모노드라마의 독보적 존재로 군림했다.

 

전주 창작극회가 그 연극에 도전장을 냈다.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빨간~’이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창작극회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작품 이름을 ‘빨간 피터, 키스를 갈망하다’로 했다. 모노드라마 대신 2인극을 택했다. 원숭이 처지와 비슷한, 입양아를 내세우면서다.

 

여기에 정초왕 전북대 독문과 교수가 번역과 연출로, 곽병창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극본으로 참여했다. 25년 관록의 중견 간판 배우 홍석찬(창작극회 대표)과 서형화(전주시립극단 수석단원)이 무대에 선다.

 

‘빨간 피터, 키스를 갈망하다’의 원작은 1917년 발표된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단편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소위 인간으로 변한 원숭이 빨간 피터가 어떤 학자 모임의 요구에 따라 원숭이 시절의 삶과 인간으로의 변화과정에 관하여 강연을 한다. 그는 이 과제를 아주 능란한 언변으로 풀어나간다. 빨간 피터는 자기기만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과거를 반추하면서 동물 상태에서의 자유를 과대평가한다. 다윈의 진화론뿐 아니라 문명 전체를 이 작품은 조롱한다.

 

창작극회의 이번 무대에서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친다. 아프리카에서 붙잡혀온 원숭이 피터와 어린 시절 독일에 입양 된 순이.

 

원숭이 피터는 버라이어티 쇼무대에서 사람 흉내를 내면서 인간세계에 적응하며 살던 중 소중하고 결정적인 존재가 나타난다. 서울 고아원에서 독일 양부모에 의해 입양되어 살다가, 자신이 부모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하는 순이다. 원숭이와 인간의 뒤섞인 냄새에 괴로워하던 피터는 순이도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있음을 알고, 그녀와 교감하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고백한다.

 

창작극회는 이번 ‘피터~’에 몇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연극 자체만으로도 독일어 텍스트를 독문학자가 직접 번역하고, 희곡작가가 각색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외국문학의 이해와 문학의 연극화에 이바지 한다는 게 그 하나며, 실존적 인간존재의 의미를 다룬 원본에 입양 이야기를 새롭게 추가하여 고전의 현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그 둘이다. 그간 원작에 대한 많은 번역이 이루어졌으나, 카프카 작품이 지닌 난해한 내용을 살린 번역이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번역을 바탕으로 요즘 감각에 맞게 세태를 되짚어 볼 수 있는 무대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또 소극장이 자리잡은 전주한옥마을 관광객을 위한 상시공연 작품으로 가능성을 열면서 공연 비수기에 2인극 공연으로 소극장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적도 담고 있다.

 

연출을 맡은 정초왕 교수는 “원작이 가진 인간존재의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비유와 역설은 물론, 좀 더 폭넓은 연대와 사랑을 담아보고 싶었다”며 “원숭이의 인간화 과정을 통해 본 인간의 본질에서 벗어난 인간의 삶에 대해 돌아보고, 거기에 입양인으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보탰다”고 말했다.

 

원전이 1인 고전극이지만 입양이야기라는 현재적 소재를 추가하여 시청각적이고 다양한 표현을 시도하고, 광대몸짓·마임·기예적 요소를 활용해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끌어내려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공연은 7일부터 15일까지 저녁 7시30분(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3시). 일반 2만원, 청소년 1만원.

 

문의 063)282-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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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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