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 10만 그루…지천에 꽃향기 / 이번 주말 절정, 호젓하게 즐길 수 있어
봄은 남녘 끝에서부터 땅기운을 따라 점차 올라온다.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것은 매화다. 잎이 피기전에 꽃망울부터 터뜨리는 매화는 4군자 중에서도 첫째로 옛부터 선비들이 좋아했다. 온갖 추위를 다 이기고 꽃을 피운다고 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여겨졌고, 여인에게는 절개와 기다림을 의미하기도 했다.
봄을 깨우며 피는 꽃이 매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수유와 개나리도 매화를 앞뒤로 호위하며 이른봄에 꽃을 피운다. 그러나 산수유는 꽃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함이 있고, 개나리는 사람과 가까이 살면서도 철없는 어린이처럼 때를 모르고 왔다갔다 한다.
4월에 피는 벚꽃은 요란하고 흐드러진 자태로 노골적으로 봄을 알리지만. 3월에 피는 매화는 귓등을 간지럽히듯 살며시 봄소식을 전해주고 지나간다. 그래서 벚꽃 피는 시기는 모두가 알지만, 매화가 피는 시기는 귀담아 듣지 않으면 꽃철을 놓치기 십상이다.
△ 동네 곳곳에 매화나무 ‘그득’
우리 고장에서 매화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순창군 동계면이다. 어느 고을을 가도 매화가 없는 곳이 없다. 산자락은 물론 텃밭과 논밭, 논두렁과 밭두렁, 그리고 제방 옆에도 매화가 심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따뜻한 봄날에 흰 싸락눈이 내린 듯하다.
동계면의 현재 매화 개화율은 80% 정도. 이번 주말이 절정이며, 다음주말까지는 꽃구경이 볼만할 듯하다. 양지뜸은 빠르고, 음지뜸은 약간 늦다.
동계면은 말 그대로 순창읍에서 보면 동쪽(東)에 위치한 시내(溪)가 있는 고을이다. 오수천에서 흘러내린 물이 동계를 거쳐 섬진강으로 합류한다. 섬진강 최상류에 위치한 축복받은 땅으로 옛 부터 물산이 풍부해 부자가 많았다. 옛날에는 우리나라의 밤 주산지였으며, 50여년전부터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해서 이제는 매실 소득이 밤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현재 이 지역에 심어진 매화나무는 10만 그루 가량이다.
△ 단지화 통한 매화 관광자원화 모색
동계면 지역의 매화 구경은 전남 구례-하동과는 방식이 다르다. 도로를 따라 매화단지가 조성된 구례-하동 자동차와 인파에 떠밀리며 경쟁하듯(?) 즐기는 꽃구경이라면, 동계에서는 아무데나 잠깐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매화향을 감상할 수 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만 상춘객들을 위한 음식점 등의 편의시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동계면사무소 신찬우 산업담당은 “동계면의 매화는 아직 단지화가 안돼 있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10개 정도의 마을을 하나로 묶는 단지화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섬진강 최상류 지류’ 오수천 있어
섬진강은 옛날부터 수류화개(水流花開)로 불렸다고 한다.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는 뜻이다. 동계면은 섬진강의 최상류 지류의 하나인 오수천을 끼고 있으며 골짜기가 많아 물이 풍부하다. 때문에 하천변은 물론 산 골짜기와 마을 어귀 어느 곳이나 매화가 넘쳐난다. 절정을 향해 치닫는 매화가 아늑한 산의 품안에서 벗어나 냇가와 들판으로, 산꼭대기로 마구 내달리는 듯하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마음으로 매화 구경에 나서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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