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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감 후보 인물탐구 ① 김승환] 따뜻한 원칙주의자…"아이들 손 꼭 잡고 가겠다"

어린시절 전국유명 주산왕이 법대 교수로 / '학폭 기재 거부 징계 소송' 가장 힘든 시간 / "표정 밝아지고 당당해진 교원들 보면 뿌듯"

▲ 김승환 후보가 교육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6·4 교육감 선거를 위한 후보 접수가 지난 15~16일 실시됐다. 입후보자들의 자격도 ‘예비후보’에서 ‘후보’로 바뀌고, 오는 22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본보는 교육감 후보들의 주요 정책과 현안에 대해 비교검증을 한 데 이어 후보들의 인물 탐구에 나선다. 교육감 후보들의 인간적인 면면과 교육철학, 소신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소개된다.

 

김승환 후보는 “좀 걷고 싶다”고 했다. 전주시 금암동 전북일보사에서 전북대 카페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렸다. 머리를 비우는 시간 같았다. 그는 혼자 있건 누구와 있건 종종 골똘하다. 아무도 성찰하지 않는 관행, 좋은 것이 좋다는 것은 어디서든 통하는 진리이기에 좋은 것이 너무나 많은 이 사회에서 그는 끝내 타협을 거부하곤 했다.

 

불통 논란은 지난 4년 간 아프게 했지만(痛), 그래도 소통(通)은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다. 최근 출간한 ‘김승환의 듣기 여행’은 그래서 ‘듣는다’로 시작했다. 교육감 재선 도전은 그를 바라보는 천양지차 간극을 좁히기 위한 또 다른 약속이다.

 

△학창 시절

 

어린 시절 두 개의 별칭이 있었다. 하나는 ‘컴퓨터’, 또 하나는 ‘독종’이다. ‘컴퓨터’는 “한 번 일을 하면 치밀하다”고 해서 붙여졌고, ‘독종’은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본다”고 해서 따라다녔다. 하지만 김 후보는 “별명이 세고 삭막해서 좋아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학창 시절 ‘선생님 말씀을 경전처럼 알고 살던 모범생’이었지만, “아닌 건 아니다”고 말하는 패기 또한 있었다. 교사들은 그의 이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다. 운이 좋았다.

 

일찌감치 주산에 특출난 재능을 보여 이리중앙국민학교 시절 ‘주산왕’으로 전국 주산·암산대회 상을 휩쓸었다. 전국 상업계 고교에서 ‘영입 0순위’일 정도로 스타 대접을 받았다. 결국 광주 광성중이 그를 납치하다시피 입학시켰다. 광성중·광주상고의 6년은 등록금·하숙비·생활비 걱정 없이 지낸 무탈한 시기였다.

 

교육감 재임과 동시에 언론과 불편한 동거가 이어졌지만, 김 후보의 신문읽기 사랑은 오래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신문사설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꼼꼼히 읽었다.

 

책도 열정적으로 읽었다. 이 덕분에 취임사 등 주요 연설문은 그가 손수 챙길 정도로 글쓰기에 관한한 열정은 지치지 않는다.

 

△대학 교수

 

그 시절 대학 입학은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였다. 어머니의 권유로 대학을 부랴부랴 알아봤지만, 학교와 은행의 취업 계약에 묶여 은행 입사로 결론났다. 하지만 학업의 끈은 놓지 않았다. 학업과 직장을 병행할 수 있었던 건국대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이후에도 회사를 오가며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고려대 법학과 석사·박사과정까지 마쳤다.

 

1987년 전북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현장에서 인권감수성을 발견하고 수호하는 데 진력했다. 평화와 인권연대 공동대표, 전북지방노동위 심판담당 공익위원, 전북교육연대 집행위원, 전주항소법원설치추진위 공동대표 등을 도맡으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왔다. 이런 풀뿌리 경험이 없었다면 ‘김승환 교육감’은 탄생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교수와 교육감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자유와 책임”이라고 김 후보는 답변했다. “교수에게는 무한대 자유가 주어지는 한편 교육감은 무한대 책임이 부과된다”고 했다. “교육감에게는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묶여 있다. 퍼내도 퍼내도 일이 끝없이 쏟아진다”고 털어놨다.

 

△교육감

 

김 후보는 최근 눈물이 많아졌다. 지난 8일 재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교사·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손수건을 꺼냈다. 교육감 재직 초기 전방위에서 거세진 불통 논란 속에서 한 초교생을 안고 눈물을 흘렸던 사연을 고백했다. “내가 그 아이를 껴안고 속으로 울고 있더라고요.” 그는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들 앞에서만큼은 장난치고 웃고 껴안는 등 허물없이 대하는 그를 향해 “귀엽다”고 한 초등생의 소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재임 기간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하길 거부한 교육공무원들의 징계 관련 소송은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다. 김 후보는 “나 혼자 있는 절대 고독의 시간이었다. 또 그 결정에 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내 것이었다”고 떠올렸다. “김 교육감의 판단이 맞다”는 대법원의 입장과 “교육청 징계위로 회부해 마무리짓자”는 당사자 입장 사이에서 내적 갈등도 심했다. “필요했던 것은 시간과 인내였다”고 덧붙였다.

 

“자기 모순에 빠지는 결정을 하고서 재선은커녕 잔여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이 흔들렸습니다. 누가 밀어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승소 판결이 났을 때 “이럴거면 빨리라도 선고해주지”라는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제서야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삶의 정직성을 등가로 놓는 따뜻한 원칙주의자로서의 태도는 이렇듯 관전자들을 긴장시키게도 만들었다.

 

△교육철학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가겠다’는 김 후보의 슬로건엔 그의 교육철학이 응축되어 있다. 여기엔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무한신뢰가 담겨 있다.

 

“오로지 아이들에게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만 생각했습니다. 지난 4년 간의 삶에 진보는 설 땅이 없었어요. 모든 영역을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었으니까요. 현장을 다니다 보니까 희한하게도 초등학교 남학생들이 벌써부터 군대갈 것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는 거지요.”

 

“장래희망이 교육감”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김 후보는 뿌듯하다고 했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교권 사기 저하’와 다르게 전북 근무를 요청하는 교사들의 사례를 꼽으며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봤다.

 

“(난) 사람 욕심이 정말 많아요. 교육공동체 가족들이 주눅들지 않고 당당해지길 원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직원들의 표정이 밝고 의연해졌다는 걸 느낍니다. 학부모들도 교사들의 태도가 당당해졌다고 할 정도니까요.”

 

“교육이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듯 김 후보 또한 전북교육에 대한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아가는 중인 듯 했다. 그 숙제는 그 앞에도, 유권자 앞에도 놓여 있다.

 

● 김승환 후보의 약속

 

- 안전한 학교 만들고 참된 학력신장 실현

김승환 후보는 4·16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한 안전 공약을 최우선 과제를 제시하며 출사표를 냈다.

 

주요 5대 공약은 △평화롭고 안전한 학교 △참된 학력 신장 △교육정의 실현 △무상교육 △농어촌·구도심 학교 활성화다. 이는 전국 14개 시·도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들이 내세운 3대 핵심 공동공약(학생 안전·건강권 보장, 입시 지옥 고통 해소·공교육 강화, 교육비리 척결)과 맞물리는 것이다.

 

김 후보는 안전한 학교를 위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날 지정·조형물 제작, 학교안전 컨트롤타워 구축 등을 내걸었다.

 

김 후보의 최대 업적이었던 청렴한 교육계를 위한 교육정의 실현도 주된 공약으로 꼽혔다. 전북교육 거버넌스인 ‘전북교육소통협력위’ 운영, 학교 참여예산제 시행 등은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을 위한 세부과제다.

 

4년 전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영향이 이번 선거에도 이어졌다. 김 후보는 테마식 현장체험학습비 지원, 중고생 교복비 지원, 고교 완전 무상급식 확보를 통해 ‘3년에 215만원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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