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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윤리는 공동체를 행복하게 하는가

(가)

가라타니 고진은 「윤리 21」이라는 저서에서 ‘타자(他者)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라는 말을 통해 모든 타자와의 ‘공존’을 위한 윤리의 실천을 주장한다. 이 주장에서 특히 그는 과거를 상징하는 ‘죽은 자로서의 타자’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의 문제를 중요하게 거론한다. ‘죽은 자’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는 모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분명 ‘타자’의 영역에 속한다. 이처럼 ‘과거의 역사’와 ‘미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타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 문제로 놓여 있는 것이다. 현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역사의 합리화와 현재의 욕망충족을 위한 환경파괴에 대한 책임을 우리 앞에 놓인 윤리적인 문제로 제시하고 있는 그의 주장은, 이 점에서 21세기의 새로운 화두인 ‘공존의 윤리’, ‘세계 윤리’와 맥락을 같이 한다.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의 문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문제와 관련이 있는 이유를 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오늘날의 산업 자본주의는 지금까지와 같은 자연환경의 리사이클이 가능했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그리 멀지 않은 선진국에서는 지속가능한 순환적 사회를 제창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후진국 사람들에게 경제성장을 그만두라는 것은 부당하다. 게다가 대재해는 환경오염에 책임이 없는 후진국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의 합의를 필요로 한다. 덧붙여 말하면 오히려 위기를 체험하는 것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들이다. 살아 있는 어른들의 ‘행복’만을 생각해서는, 또 그들 사이의 ‘합의’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윤리성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타자와의 관계에서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현재의 행복을 위해 미래의 인간에게 그 계산서를 돌린다면, 그들은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수단으로만 대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 <윤리21> 중에서

 

결국 이런 생각에는 합의란 단순히 ‘말할 수 있는 자’, 곧, 합의에 참여한 자 뿐만 아니라 그 합의의 과정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모든 타자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될 때만 ‘공정한 것’ 혹은 ‘정의로운 것’이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자연, 환경, 식물, 동물 등 이 세계에 존재하는 타자들 중에서 합의에 참여하여 ‘발언할 수 없는 자’가 무수히 많다는 점에서 “타자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말은 ‘세계 윤리’와 직접적으로 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 2011학년도 동국대학교 수시 논술 인용

 

(나)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으로 전력 생산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값싼 것은 아니다. 충분한 안전을 보장하는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의 투입이 필요하므로, 그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순이익 면에서 반드시 흑자를 안겨 준다고 장담할 수 없다. 프랑스의 리용 대학의 교수들과 공학자들로 이루어진 디오게네스 학파는 프랑스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60%를 생산하는 핵발전 프로그램에 대해 분석했다. 그들은 발전소와 재처리 설비의 건설 등 작동 비용, 분배 네트워크, 연료, 시설 유지 및 보수, 연구와 교육기관에 대한 고정 비용 등을 계산했다. 그 결과 향후 20년 동안은 핵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되는 에너지보다 핵발전을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핵폐기물 처리는 원자력 발전소의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핵 시대의 초창기에는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리에 대해 사람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는 핵폐기물을 적절한 장소에 완벽하게 관리하고 격리하는 방안을 걱정해야 한다. 어디에 핵폐기물을 저장할 것인가? 미국의 에너지성은 일부 지역을 선정했으나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이 에너지성 관리들에게 시설의 안전 보장에 대해 물었을 때, 관리들은 100년까지는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핵폐기물의 위험성은 십만 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도 197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핵발전소의 건설이 유보되었고 일부 완성된 발전소들의 작동도 인가되지 않았다.

 

- 2007학년도 고려대학교 모의 논술 인용

 

(다)

맬서스 시대 이래 사람들은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해 왔다. 그러나 재앙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과 동물들 간의 중요한 차이가 기술이고, 기술은 항상 지구의 포화 수준을 확장시켜 왔다. 만약 하나의 자원이 고갈된다면 더 좋은 자원을 발견할 수 있다. 석탄이 부족하면 석유가 대체할 것이다. 석유가 고갈되면 에너지는 핵분열 원자로에 의해 공급될 것이다. 만약 핵분열 원자로가 너무 위험한 것으로 입증된다면, 그때 인간은 안전한 핵분열 과정을 개발할 것이다.

 

‘신과학주의자’의 편집자였던 해밀턴은 합리성이 자연 환경을 인조적인 것으로 만들어 왔으며, 인간이 더 이상 자연의 제약에 종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기술에 충분히 투자한다면, 우리는 실제로 오늘날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 기술은 인간에게 환경에 대한 전례 없는 힘을 부여한다. 장벽은 정치적이고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다.”

 

1967년 미래학자 칸과 비너는 경제 개발을 위한 능력, 환경에 대한 통제, 이에 수반되는 기술적 혁신 역량은 그 한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1972년 매독스는 “우주선 ‘지구’에서 자원의 절대적인 물리적 고갈 가능성은 분명 매우 작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막대한 자원의 발견에 있지 않고,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을 고쳐 만들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다. 베커만은 자연이 소유하고 있는 특성을 자연에게 제공하는 것은 인간 이성이며, 인간 이성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은 고갈되지 않고 확장한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합리적 기업 활동을 통해 이전에는 자원이 아니었던 것을 자원으로 바꾼다. 석유는 인간이 그것을 추출하고 에너지 자원으로 변화시킬 때까지 땅 속의 끈적거리는 액체에 지나지 않았다. 베커만은 구리가 3% 이상 함유되지 않아 비경제적이라고 포기한 1880년의 원광에 대한 사례를 제시한다. 지금은 0.3%의 구리 함량을 가진 원광도 경제적으로 정련될 수 있다. 필요할 때면 새로운 자원이 발견되어 왔을 뿐 아니라 이전 자원의 대체물도 개발되어 왔다. 자원이 고갈되면 인간은 합리적으로 대체물을 발견할 것이다.

 

사이먼은 “천연 자원은 정말 무한할 수 있을까?”라는 자신의 질문에 “그렇다”고 크게 대답한다. 풍요를 일구기 위해 지구를 고쳐 만들 수 있다. 클라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최근 카리브 해의 심해를 가열하기 위해 핵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핵에너지에 의한 심해수의 가열은 인 성분을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플랑크톤 양도 증가한다. 그 결과 카리브해에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면 결핍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은 천연자원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 부족과 퇴행적이고 반합리적인 이데올로기 때문에 수세에 처한 합리성이다.

 

- 2007학년도 고려대학교 모의 논술 인용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가)에 나타난 ‘공존의 윤리’를 말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와 (다)에 나타난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대해 논하시오.(900자 내외)

 

* 논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은 메일을 보내주세요(yimza@daum.net)

 

2. 면접 논제

 

오늘날 전 지구적 자본주의는 서구 합리주의의 확대과정으로서 삶의 총체적 합리화 과정의 일부라 볼 수 있다. 여기의 합리화는 인간 삶의 구체적 내용을 경시하는 전체화이다. 이 합리화 과정이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가에 대해 논하시오.

 

■ 쟁점 기출문제

 

- 2011 성균관대 모의 논술

 

아래의 보기를 활용하여 <문제 1> 의 입장을 비판하시오.

 

- 2010 서강대 수시 2

 

<문제 1> 의 답변에 입각해서, 제시문 (라), (마), (바)를 비판하라.

 

■ 쟁점 관련 도서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

<인류문명 자연과 공존하다>

 

■ 쟁점 관련 영화

<아바타> <빅 미라클>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글

가라타니 고진의 ‘윤리 21’에 따르면 공존의 윤리는 타자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의 공존의 윤리는 타자를 침묵하는 존재로 보았다. 그래서 타자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죽은 자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 그리고 자연, 환경, 식물, 동물까지도 포함된다. 공존의 윤리는 우리에게 이러한 모든 타자에 대한 책임까지 요구한다. 그래서 공존의 윤리는 경제개발이 필요한 후진국과의 합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후손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제시문 (나)는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며 인간과 환경의 관계가 공존해야 한다는 윤리관을 제시한다. 원자력 발전이 지금 당장은 좋은 결과를 이루어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는 현재의 이익보다는 먼 미래를 보아야한다. 원자력 발전은 핵폐기물 처리, 원자력 유출과 같은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그래서 후손이라는 타자에 대한 공존의 윤리를 지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무분별한 원자력 발전은 미래에 처참한 참사를 발생시킬 수 도 있는 것이다.

 

제시문 (다)는 기술만능주의의 관점에서 모든 에너지 및 환경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과 환경의 관계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기술이 자원과 에너지를 무한하게 쓸 수 있게 만들수록 환경은 파괴될 것이다. 인간의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카리브해의 심해를 가열한다면 후손이 써야 할 타자의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다. 이처럼 기술만능주의 관점은 인간과 환경이 공존해야 한다는 윤리보다는 인간의 풍요가 먼저라는 이기주의의 발상인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침묵하는 타자들을 목적으로 대하며 모두와의 공존을 지향하는 것이 공동체의 행복을 일궈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수 아 (전북외국어고 2학년)

 

2. 교사 총평

 

- 제시문(대상 도서)에 대한 이해 분석력

요약은 해석과 정리의 힘이라 한다. 특히 논술은 제시문을 바탕으로 논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논제를 바탕으로 제시문을 읽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수아 학생은 제시문 (가)의 공존의 윤리에서 타자와의 합의가 수단이 아닌 목적임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 창의적 사고력(비판력, 참신성)

이번 논술문의 기본 바탕은 자연과 환경의 관계가 공존의 윤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시문 (나)는 후손이라는 타자에 대한 윤리를 지킬 수 있도록 무분별한 개발을 삼가고 있고, (다)에서는 기술만능주의가 환경을 헤침으로서 타자와의 공존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 문제 해결력

제시문 (나)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와 핵폐기장의 건설이 유보되거나 취소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인간과 환경의 관계가 공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제시문 (다)에서는 기술만능주의의 관점이 인간만을 위한 이기주의라고 말하면서 타자와의 공존이 이루어지지 못함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 문장력 및 표현력

이수아 학생은 창의적 사고력에서 보여준 봐와 같이 자연과 환경의 관계가 공존의 윤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때의 구조가 문장 단위로 주지+구체화+정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선택함으로써 글이 논점에서 벗어나지 않고 정돈되어 깔끔하게 표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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