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영화제 상영작도 사전 심의 추진 / 법 개정땐 대안·독립 정체성 훼손될 수도 / 예술영화전용관 프로그램 선택도 제한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제 상영작의 등급 분류 조항 변경과 예술영화전용관 지원방식 개편안을 두고 영화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개편안이 독립영화에 대한 검열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어서 ‘대안’과 ‘독립’을 내세우는 전주영화제와 지역의 소규모 영화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주영화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전주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제천영화제, 여성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 김세훈 영진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영진위는 애초 5일 정기회의에서 상정하려 했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예외 규정의 개정안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회가 아닌 보류인 만큼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제영화제의 해외 초청작에 대한 범위가 축소되고, 오는 4월 말에 개최될 전주영화제의 프로그램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독립영화의 중심지를 외치며, <천안함 프로젝트> 같은 화제작을 발굴했던 전주영화제의 기치를 훼손한다는 게 영화계의 시선이다. 천안함>
문제의 개정안은 영비법 중 ‘상영등급분류’의 예외 조항이다.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특정한 장소에서 청소년이 포함되지 아니한 특정인에 한하여 상영하는 소형영화·단편영화’, ‘영진위가 추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 ‘국제적 문화교류의 목적으로 상영하는 영화 등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등급분류가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영화’는 현재 등급 분류를 면제하도록 돼 있다.
영진위는 제도 개선을 이유로 이를 바꾼다는 방침이다.
규정이 바뀔 경우 영화제 상영작도 영진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9인 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상영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해외 초청 영화보다는 <다이빙벨> 처럼 정부 비판적인 국내 독립영화에 ‘칼질’이 가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이빙벨>
대규모 영화제뿐 아니라 지역에서 이뤄지는 소규모 영화제도 자유롭지 못하다. 사전 심의가 적용된다면 지역의 영화학도와, 영화인이 만든 전북독립영화제, 청소년영화제, 시민영상제 등도 정해진 기한 내에 미리 상영작에 대한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게 지역 영화인의 설명이다.
더불어 영진위가 추진하는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 개편안도 논란이다. 영진위는 예술영화전용관이 지원금에 의존해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개편안은 영진위가 선정한 26편의 영화를 예술영화전용관이 정해진 날에 상영할 경우 전국 30개 극장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다.
이를 적용하면 프로그램의 선택에 제한이 생겨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이다.
현재는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의 기간 중 219일 이상 예술영화, 73일 이상 한국예술영화, 50일 이상 한국독립영화를 상영하고 극장 크기와 좌석점유율, 중간 평가 등을 살펴 지원금을 결정한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의 경우 매월 20여편 등 지난해에만 260편을 상영했고 개관 이후 중간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유지하며 연간 약 27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영진위의 방침에 독립예술영화전용관모임, (사)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지난 2일 공동성명서에서 독립·예술영화시장의 자율성 침해를 지적하고 “영진위의 일방적인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의 폐지와 신규 사업 추진 중단을 정중하게 요청한다”며 “지원사업의 개선을 위해 독립·예술영화 상영시장의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내 지역 영화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욱이 아직 국비 지원 규모가 결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말을 아끼고 있다.
전주영화제의 경우 지난해 국비 지원금이 6억5000만 원에서 6억1000만 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전주영화제 관계자는 “올해는 전국의 대규모 영화제에 대한 전체 예산은 줄지 않았지만 배분 금액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며 “아직 등급분류 예외 조항의 변경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는 만큼 영화제가 80여일 남은 상태에서 일단 변화가 없다는 기조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화에 대비해 법률을 검토하고 있으며, 차후 다른 국내 영화제와 공동대응도 염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독립영화관 관계자도 “사업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지켜 보고 있다”며 “영진위가 26편의 의무상영 방침을 실행할 경우 지원금의 지급 방식이 관건이 되는 만큼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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