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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의병 201명 '광복'은 아직…

의병연구가 이태룡 박사 분석 / 일제 재판기록 있는데 서훈 외면 / 전국 496명 중 절반 가까이 차지 / "보훈처, 능동적으로 공적 찾아야"

임실군 강진면 율치리 김사청(당시 28세)은 “화승총을 휴대한 부하 7명을 인솔하고 임실 덕치면 물굴리 이장 양학수를 연행하여 군수금을 내라고 위협, 8명분의 음식물 2회분과 금전 2원을 절취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전주군 구이동면 안덕리 이종대(당시 26세)에게는 “금구군 김문구 가택에 돌입해 ‘우리는 호적이 아니다.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의병이다. 너도 또한 한인이다. 있는 돈을 전부 제공하여라’명령하고 4일 뒤 금 3원을 강취한 혐의’로 역시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1909년 일제의 국권침탈기에 이루어졌던 의병 관련 판결문 일부다.

 

이들처럼 이렇게 재판기록까지 있는 의병 중 지금도 수훈되지 못한 의병이 496명에 이르며, 그 중 절반 가까운 201명이 전북의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사실은 의병연구가 이태룡 박사(전 무주푸른꿈고 교장)가 정부에서 발행한 <독립운동사자료집 별집 1-의병항쟁재판기록> 의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이 박사에 따르면 국가보훈처에서 1974년 발행한 이 자료집에는 의병 중 비교적 저명한 분들이 체포되어 재판 형식을 거친 1067명의 판결물이 있는 데 그중 571명에게 서훈을 추서했고, 496명이 미수훈 상태다. 1962년 독립유공자에게 서훈을 시작한지 50년을 넘겼고, 책 발행 40년이 지났음에도 이들의 공적이 묻힌 채 광복 70주년을 맞았다는 것은 후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고 이 박사는 안타까워했다.

 

특히 의병 재판기록에 등장하는 전북의병이 465명에 이르며, 그 중 264명만 수훈이 됐고 나머지 201명은 아직도 서훈되지 못한 실정이다. 시·군별로는 순창의병 79명 중 39명이 서훈되지 않았으며, 고창 32명·정읍 31명·임실 23명·부안 17명·진과 임실 각 11명 등의 순이다.

 

이 박사는 “전북의병은 국권회복기였던 1909년 9월부터 10월까지 이른바 ‘남한폭도대토벌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진도·여수·고흥·해남 땅끝마을까지 넘나들었으며, 당시 수많은 의병이 숨졌고 재판에 회부됐다”고 말했다.

 

재판기록이 있는 전북의병 201명이 서훈되지 못한 것과 관련, 이 박사는 자치단체와 지역사회의 무관심 및 국가보훈처의 소극적 자세를 지적했다.

 

시군 개편에 따라 일부 군이 없어지면서 서훈 초기 이를 빠뜨린 측면도 있다고 보았다. 고창군만 하더라도 재판 당시 존재했던 흥덕군과 무장군이 고창군으로 통합되면서 이를 소홀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훈이 이루어지려면 제적등본이 필요하지만, 후손이 없거나 일제치하의 호적을 정리하지 않아 절차를 제대로 이행할 수 없는 문제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근본적으로는 국가보훈처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이 박사는 강조했다. 서훈을 위해 10여 가지에 이르는 서류만 기다리지 말고 보훈처가 나서 의병의 공적을 찾아 서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병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는 후손들에게 지금 시점에서 선조의 의병기록을 찾아 심사서류 양식에 맞게 제출토록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박사는 “전북은 임진왜란 때 관군과 의병들이 힘을 합쳐 왜군을 물리쳤던 첫 전투 웅치전투와 이치전투, 7백의총의 금산전투의 맥이 국권회복기의 의병으로 발현됐다”며, “하루빨리 서훈이 이뤄져 임들의 피가 엉긴 재판기록을 높이 받들어 숭고한 영령들을 위로하고 후손들의 한 맺힌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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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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