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일하기 좋은 환경 조성 생산성·경쟁력 높여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 독일, 이탈리아 중 독일 만이 유일하게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의 경제 성장률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서도 평균 1.9%를 기록해 일본(1.4%), 이탈리아(-0.6%)에 비해 높은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조사결과 독일은 지난 1997년 16위에서 2013년 9위로 상승했지만, 일본은 17위에서 24위, 이탈리아도 39위에서 44위로 떨어졌다.
독일이 이처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용 개혁과 연금 수급 시기 상향을 통해 고령자 등의 고용 시장 진입을 확대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고령자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것도 경쟁력을 유지하게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고령 친화 작업 환경 개선…생산성 향상
독일 뮌헨에서 약 100㎞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BMW 딩골핑 공장’은 BMW 그룹 내에서 가장 큰 생산공장이다.
이 공장에는 1만75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량은 36만9027대에 이른다. 딩골핑 공장에 종사하는 숙련공의 비율은 80%이며, 이 가운데 30% 가량이 50세 이상이다.
고령 노동자 비율이 높지만 딩골핑 공장의 경쟁력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대응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딩골핑 공장은 고용구조의 변화를 예측하고 지난 2007년 ‘워크 시스템 2017’을 마련했다. 2010년과 2035년 사이에 전체 경제활동 인구는 15% 감소하는 반면, 55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수는 11.5%에서 2025년에는 2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딩골핑 공장은 당시 39세였던 근로자 평균 연령이 2017년에는 47세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맞춰 조립라인과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딩골핑 공장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고령 노동자를 위한 70여 가지의 작업환경을 개선했다. 공장 곳곳에 무릎에 충격을 줄여주는 나무 바닥이 설치됐으며, 특수 제작된 확대경과 고급의자를 생산라인에 보급해 고령 노동자들의 작업 편의를 높였다.
또 작업장 곳곳에 운동공간을 배치하는 한편 전문 의료진을 두고 정신 건강 세미나를 개최해 작업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줬다.
특히 차량 하부를 조립할 때 차체 바닥이 작업자의 정면을 바라보도록 세운 상태에서 작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 고령 노동자들이 무릎을 굽히거나 허리를 숙이는 등의 불편함을 줄였다.
이와 함께 차체 위치를 작업자의 키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작업자들에게 무선 토크 컨트롤(나사를 조이는 기계)을 제공해 유선 토크 컨트롤 전선으로 인한 이동에 따른 불편함을 해결했다.
딩골핑 공장은 이 프로젝트에 5만 달러(5800만원) 가량를 투입했지만 효과는 컸다. 연간 생산성이 7% 상승했으며, 결근율도 동종 업계 평균 수준이던 7%에서 2%로 떨어졌다.
BMW 딩골핑 공장은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의 수요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령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탄력적 근무시간제(Flexible Working Hour)’를 실시하고 있다.
BMW 공장 근무자들은 법정 근로시간인 주 35시간을 초과한 시간을 초과근무수당 대신 ‘시간관리 계좌(Work Time Account)’에 적립한다. 회사나 공장이 적은 근무시간을 필요로 할 경우, 직원들은 이 시기를 자유 시간으로 활용하며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시간관리 계좌는 +200 시간에서 -20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고, 1년에 400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연간 최대 +40시간 이월이 가능하다.
업계 최초로 공장 근로자들의 탄력적인 근무시간제를 도입한 BMW는 이로 인해, 이익 창출 및 생산성 증가는 물론, 대당 차량 비용 절감, 우수인력 유지, 고용 안정, 이동에 의해 파생되는 비용과 시간 절약, 그리고 근로자들에게는 일정한 소득 제공 등 경영합리화 및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가져왔다.
△양로원과 어린이집을 하나로
독일 전역에서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Pflegen & Wohnen Farmsen’(이하 P&W)는 양로원과 어린이집 통합프로그램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곳은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노인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다섯 살 아이와 여든다섯 살 노인이 머리를 맞대고 요리를 하는가 하면, 노인의 노래에 맞춰 아이들이 춤을 추기도 한다.
아이들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재잘거림은 노인들의 단조로운 무채색 일상에 다채로운 색을 입혀준다. 노인들은 아이들과 맺는 관계를 통해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얻고 웃음을 되찾는다.
아이들 역시 집에서 만나기 힘든 다른 세대와의 어울림을 통해 노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게 된다. 이런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배운다.
P&W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인들과 아이들의 절묘한 동거를 통해 노인들에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아이들은 정서적 안정감을 얻으면서 독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P&W외 다양한 기관들도 최근 이와 유사한 시도들을 곳곳에서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양로원과 어린이집의 조합은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통적 가치를 복원하는 것만으로도 초고령 사회를 맞아 새로운 일자리 등을 창출할 수 있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