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천 5년만에 소설 〈북쪽녀자〉 출간 / 금강산 관광 때 남남북녀 사랑이야기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이 허망하게 불에 탄 그해 7월, 남쪽 남자 백산서는 금강산 관광 안내자로 북녘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북쪽 녀자’ 림채하를 만난다.
구룡연 계곡에서 림채하가 들려주는 이야기. “동쪽 해 뜨는 곳을 바라보고 이렇게 두 팔을 들어보시라요. 기러카믄 왼쪽이 북쪽이고 오른쪽이 남쪽 아니겟슴메? 이따가 밤에 보시라요. 여름철마다 우리 조선 사람들의 머리 정수리에서 환히 빛나는 별이 보일 겁네다. 남남북녀, 뎡말 북쪽에는 직녀별이 있고 남쪽으로는 견우별이 있디요. 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 비극을 밤하늘 역시 저리도 마냥 서럽게 보여주고 있단 말입네다.”
두 번째 금강산 방문. 백산서는 반지를 품고 림채하만 바라본다. 그렇게 남쪽 남자와 북쪽 여자는 금강산에서 사랑을 나눈다. 40일동안.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병천(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씨가 5년만에 펴낸 <북쪽 녀자> (다산책방)는 견우와 직녀 같은 ‘남남 북녀(南男 北女)’의 서러운 사랑이야기다. 남쪽 관광객 총격 사건이후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고, 백산서와 림채하도 생이별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3년 후, 각각 두만강을 건넌다. 남자는 여자를 찾아 북으로, 여자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남으로. 북쪽>
백산서의 고향 전주까지 온 림채하는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만, 백산서는 림채하의 고향 청진까지 들어가 고초를 겪는다. 함북선 철로를 따라 걷다 곧 여자를 만날 수 있다는 안도감에 마구마구 손을 흔들어댄 기차에서 보았던 “쑥색 셔츠를 입고, 손바닥을 활짝 펴서 우아하게 기차 유리창에 대고 있던 젊은 여자”가 림채하 였던 것은 모른 채.
작가는 지난 2014년 겨울, 진안의 산골마을로 들어가 일 년 동안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남과 북으로 가로놓인 우리 앞에 익숙한 듯 낯설고, 애틋하면서도 불편한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펼쳐놓았다. 경계의 의미가 사라진 21세기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분단의 벽이 정치와 권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사랑에도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직시하고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의 기록은 남자와 여자의 시선에서 각각 풀어낸다. 그들이 사랑에 빠진 2008년부터 메르스가 창궐했던 2015년까지, 남과 북의 굵직한 사건과 함께 흐른다.
“저는 한때 휴전선을 동서로 길게 드러누운 거대한 뱀이라고 여겼는데 그냥 뱀 정도가 아니었던가봐요. 그건 바로 죽음의 검은 강, 은하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검은 은하수라니… 한번 만난 뒤로는 다시 볼 수 없는 우리 같은 연인들, 그들 앞에 놓인 장벽이 바로 검은 은하수가 아닐까요?”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소설집 <사냥> <홀리데이> 와 중편집 <모래내 모래톱> , 장편소설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 <저기 저 까마귀떼> <에덴동산을 떠나며> <90000리>, 어른을 위한 동화 <세상이 앉은 의자> 등이 있다. 세상이> 에덴동산을> 저기> 마지막> 모래내> 홀리데이> 사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