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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문화이용권 사업 축소되나 (상) 기획사업 폐지] 카드 발급·사용 어려운 이들 '소외'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부족 이유 올부터 없애 / 중증장애인·고령자·산간 주민들 이용 어려워 / 차량없는 복지시설·단체도 혜택 줄어들 전망

정부가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통합문화이용권(옛 문화바우처) 사업에 포함해 운영하던 ‘기획사업’을 올 해부터 폐지했다. 해당 사업에 투입할 국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문화체육관광부는 복지카드 개념인 ‘문화누리카드’ 발급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획사업 폐지로 발생하는 복지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화누리카드의 활용성을 높이고, 카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복지대상도 함께 살피는 보완적 성격의 기획사업이 사라지자 문화바우처 사업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에 대한 현주소와 기획사업 폐지에 따른 문제점 등을 세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은 저소득층의 문화생활을 돕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신용카드 형태의 이용권을 발급해 주는 사업이다. 카드에는 1인당 연간 5만원을 충전해주며, 온·오프라인 바우처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시행 초기에는 카드 사용처가 한정돼 있었지만 점차 체육·여행·도서·영화·공연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고, 2014년부터는 기존 문화이용권에 여행·체육 바우처를 결합한 ‘통합문화이용권’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은 ‘문화누리카드’와 ‘문화 더누리 프로그램’(기획사업)으로 진행됐다. 문화누리카드는 카드 발급 사업이지만 문화 더누리 프로그램은 카드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발급 받기 어려운 주민들의 문화향유 활동을 돕기 위한, 일종의 문화누리카드 보완 사업이다.

 

그러나 기획사업이 올 해부터 폐지됐다. 문광부는 지난 2014년 통합문화이용권 사업 예산의 30%가량을 기획사업에 배정했지만 지난해에는 카드발급 종료 후 남은 예산만 기획사업에 사용했다. 올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예 폐지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사업 폐지와 관련해 문화예술계는 카드 가맹점이 부족한 산간오지와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의 문화향유 기회가 줄어들고, 관련 예술인들의 활동영역도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정이 열악해 자체적으로 차량을 운영하지 못하는 복지시설·단체는 기획사업에 포함된 ‘플러스 프로그램’을 통해 수혜자들을 이끌고 공연장이나 체육관 등을 방문할 수 있었다. 버스·간식·수화통역·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인솔자 경비·보험료 등 각종 부대비용이 지원됐기에 적극적인 카드 활용이 가능했다. 특히 도내 시·군별로 가맹점 숫자에 현저한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문화소외지역 주민들이 타 지역의 문화프로그램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컸다.

 

전북문화누리사업단이 작성한 ‘2015년도 통합문화이용권 사업 실적 - 가맹점 지역별 이용 현황’에 따르면 전북의 카드 소지자가 지난해 전주시 바우처 가맹점 280곳에서 사용한 금액은 11억2596만원으로 전체 이용액의 42.1%에 달했다.

 

하지만 가맹점이 많은 지역과 그렇지 못한 순창(4곳서 3270만원, 1.4%), 진안(8곳서 3745만원, 1.4%), 완주(24곳서 1227만원, 0.7%) 등 낙후지역 간 이용규모가 극명하게 대비됐다. 여행 목적이나 자녀 거주지 방문으로 서울·전남 등 전라북도 외의 지역에서 사용한 비율이 28.5%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북문화누리사업단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은 카드 가맹점이 드물고 혼자서는 문화시설을 찾기 어려운 사람도 상당수인데 문화 선택권의 폭이 줄어든 셈이다”며 “복지시설 역시 지역의 관광지나 축제 관람, 여행을 추진하기 버거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카드 미발급자를 대상으로 카드 사용에 준하는 문화·여행·스포츠 관람을 지원하는 기획사업 내 ‘맞춤형 프로그램’도 사라지면서 이 같은 복지 공백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버스 48대가 동원돼 도내 47개 복지시설 노인 2000여명이 참여했던 정읍 ‘샤방샤방효도큰잔치’나 7개 복지단체 250여명이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 등을 방문한 ‘미술관 속 미술’ 같은 지역 문화복지행사 상당수가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북문화누리사업단이 취합한 2015년도 사업 실적을 보면 문화누리카드는 없지만 기획사업을 통해 각종 문화복지행사를 체험한 인원은 도내에 3만2836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카드 발급자 8만1477명의 40%에 달하는 수치다. 복지단체와 카드 이용자들은 ‘카드 한 장 손에 쥐어준다고 해서 다되는 게 아니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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