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슬픔과 자비를 화두로 사람에 대한 사랑과 세상을 향한 분노, 불(佛)계의 상상력을 표현한다.
‘동해의 게야/ 기어서 나오라// 검은 파도 뚫고/ 기어서 나오라/ 게야// 네 두려움이/ 바다 속 어둠이고/ 네 목마름이/ 한낮의 백사라면// 저 높은 설악 넘어/ 광화의 큰 문으로/ 게야/ 기어서 가자’( ‘여름, 1980’ 전문)
인간 고뇌의 슬픔을 자기 극복으로 이겨내려 하고 때로는 잘못 돌아가는 세상, 우리 자신에게 질타의 목울대를 높이기도 한다. 평소 불심이 깊은 그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사라지고 우주 삼라만상이 하나가 되는 법열의 정신세계도 안내한다.
‘석양이 구름 사이로/ 홍자 빛 화살을 뿌려놓고/ 자운영 가득한 들을 떠나면/ 하늘은 별이 가득한 술상/ 우주는 손안에 촐랑대는/ 작은 술잔 속의 섬/ 손톱만 한 배로 떠있다’( ‘만행’ 중)
백령 시인은 해설에서 “가장 빨리 우는 이가 있을 테지만 그는 가장 길게 운다. 술을 먹고 우는 이가 있다지만 그는 멀쩡한 정신으로 술 취한 것처럼 운다. 그렇게 슬퍼하는 이가 있기에 우리 세상의 아픔은 그래도 이만큼 정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주 출생인 전 시인은 지난 1973년 원호처 학생문예응모전에서 작품 ‘구원’으로 산문부 장원, 연세대 주최 전국학생백일장에서 시 ‘어머니’로 당선됐고, 1976년 단편소설 ‘동그란 시간 속의 시계’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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