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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허상과 실상

청년들 '전북 탈출' 심각 / 문화관광도시도 좋지만 토박이가 잘사는 고민을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여행안내서로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는 론리 플래닛이 여름 피서철을 앞두고 전주를 띄워 화제가 됐다. 론리 플래닛은 ‘1년 안에 가봐야 할 아시아의 10대 명소’에 홋카이도·중국 상해 다음으로 한국의 전주를 소개했다. 베트남 콘다오, 홍콩, 말레이시아 이포, 인도네시아 페무테란, 태국 트랑섬, 인도 메갈라야, 대만 타이충 등도 이 잡지가 함께 꼽은 명소다.

 

론리 플래닛은 ‘전주의 중심에 있는 한옥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잘 보존된 수백 채의 한옥이 있는 전통마을’이며, ‘한옥의 우아한 곡선의 지붕 아래 박물관, 찻집, 장인의 작업장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이 오랫동안 태국이나 베트남처럼 식도락 여행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주는 비빔밥의 본고장이자 식도락 여행지’로 안내했다.

 

론리 플래닛의 칭찬이 아니더라도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매년 늘어나는 걸 보면 전주의 매력이 전주시민만의 우쭐거림은 아닌 듯싶기도 하다. 전주 애찬론의 핵심은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전통문화와 관련됐다. 전주는 흔히 조선왕조의 발상지, 후백제의 도읍지 등 역사 도시임을 내세우고, 한지산업과 출판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소개된다. 국악과 서예를 중심으로 전통예술이 살아있고,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음식도 단골 자랑거리다.

 

문화관광부 등이 전국 229개 기초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2014년 기준 지역문화 실태조사’에서 전주는 지역문화지수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경기 수원시와 경남 창원시가 그 뒤를 이었다. 지역문화지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정책 수립·추진과 문화자원 보전·구축·관리, 문화 활동 및 문화향유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통계다. 예향의 도시라고 내놓고 자랑할 수 있을 듯하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여행잡지가 치켜세우고, 국내외 관광객들의 애찬론이 이어지며, 정부 문화 실태조사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른 전주,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통문화의 수도로 치켜세우더라도 전주시민들은 현재를 산다. 시민들의 삶이 전주에 대한 외부의 화려한 평가와 비례하지 않다는 점에 아픔이 있다.

 

장기 다큐로 방영되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이를 꿈꾸는 중년의 남성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그 주인공 대부분은 도시사회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인생2모작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사례들이다. 그 예를 전주에 적용하면 무리일까. 전주는 산업화시대 다른 도시와의 경쟁에서 크게 뒤쳐졌다. 전주는 도청소재지가 자리한 전북의 중심 도시다. 전주 뿐 아니라 모든 도청소재지는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달리 매력이나 노력 없이도 수도권 아니면 지역의 중심권 도시에는 사람이 몰렸다.

 

다른 대부분 시·도에서 광역시를 배출하고도 전주 보다 훨씬 큰 중심권 도시를 다시 만들었다. 그 점에서 전주는 실패한 도시다. 도내 농촌 인구들을 큰 품으로 받을 여건을 만들지 못하고 수도권과 영남권으로 떠나게 만들었다. 인구 60만이 넘는 도시가 슬로시티로 인증된 것이 전 세계에서 전주시가 처음이라는 자랑이 꼭 자랑으로만 삼을 수 없는 이유다.

 

요즘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핫이슈가 인구감소 문제다. 인구통계로 드러난 전북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특히 청년들의 전북엑소더스는 지역의 존속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내놓은 ‘청년 인구의 지방 유출과 수도권 집중’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인구 순유출이 발생한 11개 비수도권 지역 가운데 전북은 74.5%로, 1995년 대비 2015년 청년 인구 순유출 규모가 전남(66.4%) 다음으로 가장 컸다.

 

외부인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비치는 도시가 정작 도시민들의 삶을 붙들지 못한다면 그 매력은 허상이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관광산업으로 먹고 살고 있다. 도시이미지가 관광산업에 큰 힘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전주가 갖고 있는 역사문화관광자원과 도시 이미지는 분명 전주의 큰 자산이다.

 

그러나 전주의 도시이미지가 절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지 않는다. 관광객 보다 토박이가 더 많이, 더 잘 살 수 있는 전주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전주를 삶의 터전으로 잘 선택했다. 지금 전주에 꼭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앞으로 전주가 꿈을 실현시키는 최상의 도시다’는 답이 나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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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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