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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에 퍼진 헌책 향기

'헌책-하루장터' 20여팀 책방 차려 / 주인이 취향에 맞는 책 추천 / 소통·공감의 장…시민들 큰 호응

▲ 지난 24일 한옥마을 일대에서 열린‘헌책-하루장터’에서 시민들이 책을 구경하고 있다.

“이우환 미술가가 쓴 책 <여백의 예술> 은 내용은 좋은데 좀 심심하고, 편하게 읽기엔 이장희씨의 <뉴욕> 을 추천해요. 뉴욕 여행기를 풍경 스케치와 함께 담았거든요.”

 

지난 24일 전주 한옥마을 부채문화관과 최명희문학관 일대에서 헌책-하루장터 ‘책장(冊場)’이 열렸다. (사)문화연구창과 전북포스트가 주최·주관한 행사는 급속하게 상업화되고 있는 전주한옥마을에서 전주만의 건전하고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되찾기 위해 열린 행사다.

 

전북작가회의 등 도내 문학단체와 시인, 공예가 등 예술인, 일반시민 등 20여팀이 참가해 저마다 자리를 깔고 책을 진열했다. 시·소설·수필집 등은 보통 3000원에 판매했지만 동화책과 만화책은 500원, 해외서적이나 전문서적 등은 8000원에서 1만원이었다.

 

책장은 헌책을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장점도 있지만, 각 책방마다 주인의 취향에 따른 특징이 있어 흥미롭다. 이미 책을 읽은 주인이 주제, 테마 등 요구에 맞는 책을 추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추리소설 마니아인 김선주씨는 추리소설만 70권을 들고 나왔다. 심상치 않은 제목들에 관심 갖는 시민들에게 소설별로 대략적인 줄거리, 감상 포인트를 설명해주니 판매 시작 30분 만에 10권이 팔렸다.

 

“정든 책인데 이제 볼 수 없어서 슬프기도 하지만 괜찮아요. 다 팔면 다른 동화책 사려고요.” 초등학교 3학년인 정재학군은 동화책 30여 권을 가져왔다.

 

시민들은 옛 자료와 책을 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강준만 전북대교수가 기증한 책 200권을 통해서는 1970∼80년대 시절을 읽었다. 고형숙씨가 가져온 희귀 순정만화책 10권은 바랬지만 한 권당 1000원에 팔렸다.

 

시민들은 “책을 매개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정말 오랜만인 같아서 좋았다”며 “거의 처음 보는 책들이지만 주인이 설명해주고, 또 나에게 맞는 책을 추천해줘서 편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대수 (사)문화연구창 대표는 “한옥마을 전통과 명성에 걸맞은 문화콘텐츠를 채워 넣고 싶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며 “첫 장터는 약소하지만 정기적으로 열리고 시민들도 익숙해지면 상업화에 대응하는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서학동에 위치한 서점 ‘조지오웰의 혜안’ 대표 조정란씨 초청강연과 공연도 열렸다.

 

조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서 오랫동안 생활 한 후 전주에 자리를 잡았다. 전주 골목에서 파리 뒷골목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봤다는 그는 “전주는 정신적 자산이 살아있는 도시”라며 “전주만의 인문학적 정체성이 잘 보존되도록 지역민들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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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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