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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상서 찾는 삶의 가치…김용택 3년만의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 임실 덕치면 진메마을에 정착한 김용택 시인. 생가 옆엔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시 ‘울고 들어온 너에게’전문)

 

고향인 임실군 덕치면 진메마을에 다시 터를 잡은 김용택시인. 태어나고 자라고 살았던, 인생이 시작되었던 곳으로 되돌아간 시인은 익숙한 듯 낯선 시의 새얼굴을 만났다. 3년여만에 새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창비)을 펴낸데는 고향의 익숙함과 편안함 덕이다.

 

시인은 시집에서 “온갖 비루와 원망이 사라진 가장 깨끗한 가난의 미학”(김정환 시인)을 선보이며 삶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그동안의 시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친근한 목소리로 소박하고 정감있게 들려준다.

 

‘나는/어느날이라는 말이 좋다.//어느날 나는 태어났고/어느날 당신도 만났으니까.//그리고/오늘도 어느날이니까.//나의 시는/어느날의 일이고/어느날에 썼다.’( ‘어느날’전문)

 

시인의 시는 삶의 노래다.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그날그날 있는 힘을 다하여 살아온 이야기이며, ‘새벽에 일어나/시를 쓰고, 쓴 시를 고쳐놓고 나갔다 와서/다시 고치’( ‘베고니아’)며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이다.

 

내가 산 오늘을 생각하며, 한줄의 글을 쓰고 나면 다른 땅을 밟고 있는 ‘낯선 나’가 말한다. ‘그래, 어디, 오늘도/니들 맘대로 한번 살아봐라.’( ‘가을 아침’). 김수이 평론가는 이 시집을 “ ‘살다’의 활용에 의한, ‘살다’의 활용을 위한 시집”이라고 명명한다. 그렇듯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곧 ‘사는’ 일이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지금 여기의 살아 있음을 최대한 이행하는 데에서 삶의 가치와 행복을 찾는” 시인의 소박한 마음이 간결하고 단정한 시편에 오롯이 깃들어 있다.

 

고희를 바라보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아버지에 대한 시를 쓰면서 편안함을 얻었다”고 했다. 어머니의 발과 굳은살 박힌 아버지의 복사뼈를 회상하며 자신에게 다가올 노년의 삶을 곱씹어보기도 한다.

 

문학관이 마련되면서 진메마을에 정착한 시인은 “어머니가 그러했던 것처럼 자연이 하는 말을 겸허한 마음으로 고스란히 땅에 받아적으며 살아갈 것”이라고 한다.

 

<섬진강> <맑은 날> <그래서 당신> <수양버들>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등 십여권의 시집이 있으며,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시> 등의 다수의 산문집과 동시집을 출간했다.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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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정 eun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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