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하지 않은 다양한 색깔의 따뜻함 그득
안도현 시인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 엮어낸 시선집 <검은 시의 목록> (걷는사람). 검은>
원로 신경림, 정양, 강은교, 도종환 시인부터 젊은 시인에 이르기까지 99명 시인의 시를 한데 모아서 펴낸 책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얼마나 비극적이고 잘못된 일이지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99편의 시를 읽다 보면, 하나의 검은색이 아니라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엮은이의 말처럼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무지개리스트’였음을 보여준다.
시집의 제목을 <검은 시의 목록> 으로 삼은 것은 여기 묶은 시들이 결코 ‘검은 시’아니라는 역설이기도 하다. 검은>
이 책의 출간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인들을 옥죄려고 했던 이들에게 여전히 시인들이 주눅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진정한 목적은 ‘블랙리스트’로 낙인찍힌 이들이 사실은 얼마나 다양하고 얼마나 아름다운 시를 써왔는지 알리는데 있었다.
안도현 시인은 “시인들은 글을 쓰는 대신 거리로 나서고 시국선언에 동참하며 정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한 대가로 블랙리스트라는 멍에이자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라고 엮은이의 말에서 밝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를 최초로 제기한 도종환 시인(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블랙리스트 작성은 유신시대 검열 회귀, 분서갱유와 다름 없다”며 “앞으로 시인을 비롯한 문화에술인들은 더욱 강건한 모습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 <검은 시의 목록> 이 조용하지만 굳센 외침으로 대중에게 전해질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검은>
99명의 고유하고 깊은 시를 읽다 보면, 시적으로 불온할지언정 결코 시인들이 비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들이 하나같이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여린 것을 아끼는 시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 시인들이 앞으로 고유한 자기색으로 더욱 깊어지고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라며 “시를 쓰지 못하게 만들고 책을 읽지 못하게 만드는 시대에서 우리가 함께 아파한다면 그 만큼 세상도 깊어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시인 안도현 시인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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