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에 오른 10인의 작품들은 우수한 시들이 많았다. ‘소년병’과 ‘회전의 시간’과 ‘삼례터미널’에 주목했다. ‘소년병’은 시를 밀고 가는 힘도 단단하고 신선했다. 전혀 다른 시선이기는 하지만 문득 군대이야기를 쓴 이문열의 등단작이었던 ‘새하곡’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소년병’을 받쳐줘야 할 다른 시편들이 다소 무게감이 떨어졌다. 언어 선택이 젊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겠으나 정제되지 않은 수식어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회전의 시간’은 그의 다른 작품인 ‘오늘의 나이’와 ‘장항선’에서 보여주는 재치와 또 다른 시적 감각을 보여주는 수준에 오른 성취를 가늠케 했다. 그러나 “달맞이꽃을 깨운 샛노란 얘기들이”라든지 “물레의 올을 타래로 짓는 실패의 날들”과 같은 표현은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던 전체적인 시의 분위기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을 해서 오히려 풍요로운 시적 멋과 맛을 돋보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은유로서의 생명력을 잃고 말았다.
잔잔한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쓴 ‘삼례터미널’은 다른 작품인 ‘7번 출구에서’· ‘개개비의 여름’과 함께 대상의 이면과 그림자까지 관찰하며 사려 깊은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놓았다. 모름지기 시인의 눈이라면 대상의 아득한 너머와 순간의 찰나까지, 쓰러지고 일어나 건너온 시간까지를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걸어 잠근 뒷문 곁에 그림자 없는 하루가 눕는다” “빗방울이 욕심을 내던 처마 밑이 환하다”라니, 이 같은 고요한 은유에서 볼 때 시를 짓는 새로운 시인의 눈이 따뜻하고 그렁그렁한 눈매로 대상을 위로하며 시를 풀어놓았을 것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당선작을 결정해야 한다. 실험적이고 길들여지지 않은 상상력이 꿈틀거리는 젊고 싱싱한 야생의 시에 손을 내밀어야 할까. “나의 음악은 울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가수 밥말리의 말처럼 상처받은 생명의 동굴 속 내면으로부터 울려나오는 부드럽고 깊은 응시의 위로와 산들을 껴안고 가는 먼 산빛과 같은 시를 불러내야 할까 망설였다.
결국 ‘삼례터미널’을 당선작으로 선택하였다. 축하한다.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첫 시’이다. 당선작이 대표작이 아니라 삶의 길 위에서 시의 종착역행 나침반을 잃지 않고 오래오래 치열한 시마에 사로잡혀 먼 길을 가는 시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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