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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54) 3장 백제의 혼(魂) ⑬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북문 수문장 박기세는 다가오는 진궁을 보더니 의아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전고(戰鼓)는 계속해서 울리는 중이었다. 북문 수비군은 이리 뛰고 저리 달리면서 성벽위로 오르거나 돌덩이를 나른다.

 

성벽 위에서 적에게 내던질 돌덩이다.

 

“웬일이시오?”

 

박기세는 12품 대사 직급으로 휘하에 50여명의 수비군을 거느리고 있다. 다가선 진궁에게 묻더니 뒷쪽 군사들을 훑어보았다. 그때는 이미 1백 군사가 성벽의 돌계단을 오르는 중이었고 일부는 성문 주위에 흩어져있는 수비군과 섞여 있는 상황이다.

 

“북문 수비를 도우라는 명을 받았어.”

 

“금방 보군대장의 전령이 다녀갔소.”

 

박기세가 군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북문 수비군으로 대나마 서창님이 5백 군사를 이끌고 온다고 했는데.”

 

“내가 지휘를 맡기로 했네.”

 

어깨를 편 진궁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어둠에 덮여진 북문 주변에 횃불이 밝혀져 있다.

 

“그렇습니까?”

 

박기세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군주(軍主)께서 대아찬님을 폐마장에서 끌어내 주셨다니 다행이긴 합니다.”

 

“그까짓 군주.”

 

후려치듯 말한 진궁이 허리에 찬 칼을 뽑았을 때다. 박기세가 펄쩍 뛰어 물러났다. 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이다. 옆쪽에 서 있던 군사 하나가 쥐고 있던 창을 치켜들더니 그대로 던졌다. 10보쯤 떨어진 거리를 일직선으로 날아간 창이 박기세의 가슴을 관통하고 등판으로 한뼘이나 창날이 빠져나왔다.

 

“으악!”

 

박기세의 비명을 신호로 삼은 것처럼 사방에서 살육이 일어났다. 한동안 북문 주변은 비명과 외침으로 뒤덮였다. 박기세의 가슴을 창으로 꿴 군사는 바로 계백이다. 기습을 당한 북문 수비군이 전멸을 당한 것과 맞춰서 안쪽 민가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화청의 제2대가 불을 지른 것이다.

 

“성문을 열어라!”

 

“계백이 소리치자 군사들이 성문으로 달려들었다.

 

그시간에 한솔 협반은 대야성에서 10리 거리까지 다가왔는데 산모퉁이만 지나면 성이 보인다. 이제 3천 기마군은 속보로 달려가고 있다. 아직 대야성 상황을 모르는 터라 먼저 정탐군을 내보낸 것이다. 협반 옆으로 부장이 다가왔다.

 

“한솔, 산모퉁이만 돌면 대야성이 보입니다. 그때는 다 드러납니다.”

 

“어쩔 수 없어.”

 

협반이 잇사이로 말했다.

 

“나솔이 살아있다면 신호를 할 것이다.”

 

이곳까지 와서 숨어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때 앞에서 질주하는 말발굽 소리가 울리더니 기마군 2기가 달려왔다. 첨병으로 내보낸 기마군 전령이다.

 

“장군! 북문 안에서 불길이 오릅니다!”

 

전령 하나가 소리쳤고 이어서 다른 전령이 말을 잇는다.

 

“북문이 열렸습니다.!”

 

“나솔이 해냈구나!”

 

소리친 협반이 몸을 돌려 뒤를 따르는 백제군을 보았다.

 

“북문으로 진입한다!”

 

무장들이 다시 소리쳤고 곧 3천 기마군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솔! 서문이 아닌 것이 걸립니다!”

 

부장이 소리쳤지만 협반이 머리를 저었다.

 

“성문이 열린 데다 안에서 불을 지른 것은 안의 공격을 막자는 의도다! 가자!”

 

협반은 공성전(攻城戰)을 여러번 치른 경험이 있는 것이다. 함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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