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즈음 홍대 클럽 공연을 다닐 무렵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일은 음악입니다.’ 한 뮤지션의 기타에 적힌 표어는 나의 가슴에 깊게 와 박혔고, 벌써 3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날로부터 조금도 흐려지지 않고 선명하다. 그 표어는 내 가슴속에 늘 일렁였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혹은 말할 용기가 나더라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방법을 몰랐던, 나의 음악활동과 음악 노동의 처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은 음악입니다(Music is Work)’는 노동조합 <뮤지션 유니온> 의 캠페인이다. 우리는 흔히 노동이라 했을 때 어떤 제품을 만드는 공장 노동자나,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부, 혹은 사무직의 노동자들을 떠올리지만, 뮤지션 유니온은 모든 노동이 종류와 관계없이 평등하다면서 음악을 만드는 작업 또한 노동이라고 선언했다. 그를 통해 음악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뮤지션>
이 같은 뮤지션 유니온의 시도는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고 생경한 것이지만, 해외에서는 꽤 다양한 사례가 있다. 미국의
반면 국내에서는 뮤지션 유니온의 캠페인이 낯선 만큼 음악활동이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뮤지션의 음악노동을 인정하는 것은 음악의 대가 지불의 근거가 되기에 뮤지션이 음악생활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하지만 개인화된 작업방식과 음악 산업의 특성상 음악을 값싸게 또는 무료로 소비하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합리적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그 결과 음악노동은 뚜렷한 급여기준이 확립되지 못한 채 제각각 천차만별이다.
나 역시 음악이 노동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해 겪는 곤란한 상황을 아주 빈번히 겪어왔다. 이를테면 무대를 마련해줄테니 와서 ‘그냥 놀아 달라’거나, 저마다 고결한 취지를 봐서 재능기부 해달라는 식의 노동의 가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요청들을 말이다. 어느 정도 커리어를 쌓은 후에도 여전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연시간에 맞춰 최저시급으로 공연료를 주겠다는 제의나 음악 그룹을 인원수에 맞춰 일당제로 산정한 공연료 책정은 허망하다.
물론 무대에서 갖는 공연시간은 하루 일당을 받는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에 비해 매우 짧다. 짧으면 십여 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가량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개 그 하나의 공연을 위해서 일반적인 노동 시간 이상의 시간을 쓴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운동선수들이 매일 훈련을 하듯 무뎌지거나 녹슬지 않도록 연습하고, 공연취지에 맞춰 셋리스트를 짜고, 멘트를 준비 하는 일들이 그 근거다. 다만 그 노력은 무대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음악을 즐기고, 음악의 가치를 말하지만 정작 음악노동의 가치는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뮤지션조차 속물로 취급될까봐 자신의 음악 노동에 대해서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명백히 음악은 우리의 일이다.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하고, 어쩌면 예술의 영역에까지 가 닿을 수 있도록 공력을 들이는 전문 직업이다. 뮤지션의 음악노동이 가치를 인정받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더 많은 뮤지션들이 나타나고 더 양질의 음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게 우리사회가 꿈꾸는 문화적 풍요로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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