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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 잠드소서” 125년 만에 전주 땅서 영면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서
민족민주운동 뿌리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정신 기려

1일 동학농민군 지도자 안장식이 열린 가운데 전주 완산도서관 일대에서 꽃상여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욱 기자
1일 동학농민군 지도자 안장식이 열린 가운데 전주 완산도서관 일대에서 꽃상여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욱 기자

“고이 잠드소서! 세기(世紀)를 밝힌 넋이여.”

동학농민혁명의 중요 격전지였던 완산전투지 역사현장의 ‘동학농민혁명 추모공간’에서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 안장식이 거행됐다. 자그마치 125년만의 영면. 한 세기가 지나도록 편히 쉬지 못했던 동학농민군 영령은 그렇게 수많은 후손들의 손으로 전주 땅에 고이 잠들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환국 동학농민군 지도자 안장행사가 지난 1일 전주역사박물관과 완산칠봉 전투지 내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에서 엄수됐다.

‘백년의 귀향’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오전 8시 30분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서 임시 보관돼 온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에 대한 발인식으로 시작을 알렸다.

“우리나라 민족민주운동의 백두대간”, “촛불시민혁명의 뿌리”, “널리 도탄에 빠진 만 생명을 구제한다” 등 동학농민혁명의 사상을 담은 만장이 바람에 펄럭였다.

이후 오전 10시 전주 풍남문에서 시작된 꽃상여 행진은 초록바위, 완산도서관을 거쳐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까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가세 가세 어여 나아가세.”

양진성 임실필봉농악보존회장이 행렬의 앞에서 걸으며 상두소리를 이끌었다. 시민들이 그 곁을 지켰고, 동학농민혁명 전주지역 유적지 탐방에 참여한 전주온고을중학교·전주우아중학교 학생들도 행렬을 빼곡히 채웠다.

행렬은 싸전다리 앞에서 행진이 잠시 멈춰서 농악 장단을 연주했다. 참석자들은 꽃상여에 노잣돈을 꽂으며 동학농민군 영령의 명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어 초록바위 앞에서 또 한번 멈춰선 행렬은 호남창의소 창의문과 패정개혁안을 낭독한 후 완산공원 내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 앞에서 해산했다.

오전 11시 30분 거행된 진혼식에는 무명동학농민군지도자안장위원회 한승헌 명예위원장과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승수 전주시장, 이종민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최효섭 동학농민혁명유족회 이사장이 참석했다.

또한 윤석정 전북일보사 사장을 비롯해, 최용범 행정부지사, 김광수 국회의원, 장영달 우석대 총장, 김연수 국립무형유산원장,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 최민자 동학학회 회장, 이형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이이화 전봉준장군동상건립위원회 이사장도 진혼식에 참석해 헌화하며 환국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넋을 기렸다.

이번은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와 전주시와 함께 추진한 일곱 번째 안장사업이다. 2001년부터 전남 진도군, 정읍 황토현전적지, 전주 완산전투지, 김제 원평 구미란 전적지 안장사업을 여섯차례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이종민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진혼식 인사말을 통해 “늦게나마 나름의 격을 갖추어 동학농민혁명의 역사현장이자 전주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에 교육 체험장을 겸한 추모관을 건립하기까지 애를 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이곳 녹두관이 우리 민족민주운동의 뿌리인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소중한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승수 시장은 진혼사를 통해 “사람이 곧 하늘이고 귀한 자도 천한 자도 없는 세상이야말로 동학농민혁명군이 꿈꾸던 세상”이라면서 “오늘 이곳 녹두관에 모시는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이 동학농민혁명 정신 계승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동학농민혁명군지도자유해봉환위원회 상임대표를 맡았던 한승헌 변호사는 추모사에서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환국과 안장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침략의 아픔과 수모, 죽임을 당하고도 다시 버려져 백골로 침략자의 땅에 들려간지 90년, 그 원한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었겠냐”며 “지난날의 침략을 반성하지 않은 채 아직도 온갖 망언과 작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침략의 전과자들에게 이제라도 역사의 교훈을 깨닫고 엄숙히 사죄할 것을 단호히 요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날 완산도서관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동학농민혁명사, 그 역사와 현재’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던 이노우에 카츠노 북해도대학 명예교수는 “일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농민군 지도자께 사죄와 존경을 올린다”며 추모사를 전했다.

참석자들의 헌화 이후 타악연주단 아퀴, 무용단 스노우댄스, 두루 배영은연주단, 아롱다롱 중창단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고인의 넋을 기리는 진혼공연이 선보였다.

“4월에는 혁명이었고 전태일이었고 광주였으며 육십이었고 내 이름은 다시 촛불이었다. 내가 왜 이름이 없다 하느냐 이제 내 이름을 불러보아라 내 성은 남북이고 이름은 통일이다.“

이부열 연극배우(전북배우협회 회장)는 김용택 시인이 쓴 추모시 ‘나는 김제 만경의 고봉밥이다’를 낭송했다.

진혼식을 마친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은 전주동학농민혁명관 녹두관에 안장됨으로써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안장의식을 맡은 이윤영 동학혁명연구소장은 “오늘 이름 없는 동학농민군 지도자 안장일을 기해 희생하신 선열들을 추모하며 안장식을 봉행한다”면서 “저희는 순국하신 선열님들이 남긴 뜻을 받들어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학농민혁명 125주년 기념주간행사는 오는 11일까지 이어진다. 6~11일 전주한옥마을 내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는 혁명의 역사정신을 아로새기기 위해 자료사진·학생작품·시민체험전을 진행하고 영상물 ‘님은 누구십니까?’를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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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군지도자안장행사 #전주동학농민혁명녹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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