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23:59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사회일반
일반기사

물난리로 나흘간 고립됐던 임실 진메마을 가보니…

진메·천담·구담마을, 폭우로 8일부터 나흘간 마을길 끊겨
돌투성이로 변한 논밭·쓰러진 표지판과 나무 등 아수라장
주민들 “폭우에 섬진댐 수위조절 실패가 더해져 빚어진 참사”

폭우속에 섬진댐 방류로 인해 4일간 고립됐던 임실군 덕치면 진메마을 등 3개마을 주민들이 천재지변과 섬진댐 수위조절 실패가 더해진 참사라며 17일 깨를 심었던 밭이 자갈밭으로 변해있다. 오세림 기자
폭우속에 섬진댐 방류로 인해 4일간 고립됐던 임실군 덕치면 진메마을 등 3개마을 주민들이 천재지변과 섬진댐 수위조절 실패가 더해진 참사라며 17일 깨를 심었던 밭이 자갈밭으로 변해있다. 오세림 기자

기록적인 폭우로 나흘간 고립됐던 임실 진메마을은 수마가 휩쓸고 지나간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상처가 여전했다. 천재지변에 섬진댐 수위조절 실패가 더해진 참사라는 원성이 마을에 가득했다.

17일 오전 11시 임실군 덕치면 장암리 진메마을.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 시인의 고향인 이곳은 마을 어귀부터 수마가 휩쓸고 간 자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섬진강 물길을 따라 이어진 마을길은 곳곳이 패이고 인근의 흙이 전부 떠내려간 논밭은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차지했다. 황폐해져 거칠고 쓸쓸한 모습이었다.

고추, 묘목 등을 심어 놨던 텃밭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도로표지판과 버스정류장 간판은 쓰러진 채 돌덩이나 2~3m 규모로 덩어리째 떨어진 아스팔트와 함께 나뒹굴고 있었고, 물길 너머 산기슭의 나무들에는 불어난 물에 휩쓸려온 비닐이나 쓰레기가 걸려 흡사 서낭당을 방불케 했다.

섬진강 지류보다 7m 가량 높은 곳에 조성돼 있는 자전거 길도 불어난 물이 휩쓸고 간 흔적이 확연했다. 지름이 30cm가 넘는 나무들도 곳곳에 뿌리째 뽑혀 있었다.

진메마을에서 섬진강 물길을 따라 천담마을을 거쳐 구담마을에 이르는 섬진강 문학마을길은 김용택 시인이 ‘서럽도록 아름답다’라고 했던 강변이다. 걷기 좋은 코스로 자전거 길도 만들어져 있었지만, 수마의 여파로 이전의 정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김 시인은 이번 폭우가 500년 된 마을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수해는 매번 반복돼 왔지만, 이번처럼 큰 난리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인근 댐에서 한꺼번에 쏟아진 방류수를 원인으로 꼽았다. 불어난 물이 한꺼번에 몰아닥치자 마을 주민들은 짐보따리를 싸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이장의 집으로 피신했다. 모두들 겁에 질렸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고춧대를 세우고 엮어 놓은 것이 한꺼번에 쓸려갔어요. 뻔히 눈앞에서 줄줄이 쓰러져 가는데 정말 못 보겠더라고요. 불이 나면 물로 끄기라도 하지, 물난리는 도무지 해볼 도리가 없더라고요.”

진메마을 문경섭 이장은 3년간 공들인 느티나무 묘목이 전부 물거품이 됐다. 비싼 돈을 들여 25톤 트럭 4대 분량의 토사를 사 밭을 꾸렸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이 휩쓸려 날아갔다. 그는 지난 8일 새벽부터 잠에 들지 못했다. 장대비가 쉬지 않아 새벽 4시께 나와 보니 마을길은 이미 잠겨버린 상태였다고 한다.

문 이장은 “뭐 뾰족한 대책이 없다. 폭우도 폭우지만, 비만으로는 이렇게 넘치지 않는다. 이게 다 멍청이댐 때문이다”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비가 조금만 많이 오면 수해가 반복되는 마을인데, 이번에는 섬진댐 수위조절 실패가 더해져 참사가 일어났다”면서 “폭우 이전에 미리미리 수문을 열어 조절했으면 이 정도로 난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실 박정우·송승욱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