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우리 미래에 어떻게 될까?” 이에 친구는 “서른 살 되면 모두 직장 다니고 있겠지? 그때도 이렇게 다 모일 수 있을까?”라고 답했다. 그 미래를 말한 게 아니어서 당황했다. 우리는 미래를 다르게 이해한 것이다. 나는 사후세계가 궁금했고 친구는 곧 다가올 현실적인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죽으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물어본 건데”라고 말했고 서로 한참을 웃으며 신기해했다.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에 시간을 보내며 그럴 때마다 사고가 확장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재밌다는 친구. 나와 이 친구는 MBTI가 정반대다.
요즘 친구들과 대화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다. MBTI는 성격유형 검사로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의 이 4가지를 조합해 16가지의 성격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한다.
별자리, 혈액형 특징을 웃으며 이야기했던 시대를 지나 MBTI로 ‘나’를 소개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시대가 왔다. 당당하게 자기 PR을 하는 MZ세대는 MBTI로 자신을 설명한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큰 세대인 만큼 상대방과 MBTI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간단한 테스트로 쉽게 자신의 MBTI를 알 수 있고 이 열풍으로 다양한 심리테스트의 결과 역시 MBTI로 나와 친구들과 공유하며 상대방과 비슷한 점을 언급해준다.
친구들과 MBTI 이야기를 하면 서로의 생각을 듣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든다. MBTI로 열띤 토론을 하다 보면 다양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끼리 만난 것도 신기하고 대화를 하면 할수록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같은 유형을 만나면 유대감을 갖게 되고 다른 유형을 만나면 서로의 장점을 부러워하고 흥미로워하며 서로의 뇌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MBTI의 열풍이 주는 이점이 있지만 퍼즐처럼 유형에 끼워 맞추는 맹신론자들이 있다는 단점도 있다. 도 넘은 정보들이 선입견을 만들기도 하고 좋고 나쁨을 가르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16개의 유형 중 하나가 한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유형이어도 모두 다 성격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알파벳 네 글자로 사람을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나에겐 MBTI 유행으로 인해 사람들과 관계가 쉬워졌다. 이전에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서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내가 틀렸다 생각했다. 서로의 성격과 가치관이 달라 표현방식이 달랐고 틀린 것은 없었다. 성격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다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도 있지만 같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과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있었다. 잠시나마 나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며 나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게 됐다.
평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있을까. 살아가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유형검사를 통해서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방법이던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면 된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면 MBTI 검사를 해보고 그 유형들이 좋아하는 것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과 MBTI 유형을 이야기하며 알아가는 시간이 많아지고 더 가까워졌다.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게 되니 서로를 더 존중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MBTI를 맹신하기보다 개개인의 장점을 칭찬해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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