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최근 단체관광 대신 가족 단위의 소규모 관광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관광 흐름이 개별·소규모·비대면으로 바뀐 것이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지역의 대표 관광지들도 단계적 일상 회복에 맞춘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일상에 맞춘 색깔 있는 관광콘텐츠를 만드는 지역만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시기다.
국외여행의 제약으로 국내여행이 늘어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2021년 국내관광 흐름 분석 결과 가족, 연인, 친구와의 여행이 증가했다. 단체 여행보다는 소수의 친밀한 사람들과의 여행이 늘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여행도 늘어났다. 안전한 여행을 추구하며, 기존과는 다른 새롭고 독특한 여행 콘텐츠에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코로나 우울을 극복하기 위한 치유와 안전 선호도 높아졌다. 국내의 다양한 여행지로 관심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관광지보다는 새로운 관광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관광유형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는 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필자도 콘텐츠 창작 작업을 하면서, 관광콘텐츠의 변화를 실감한다. 기존 한옥마을 중심의 관광콘텐츠 창작에서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 관광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처음으로 하고 있다. 그 첫 대상지는 서학동이다.
서학동은 전주 한옥마을 옆에 있다. 서학동 예술마을로 알려졌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주말에도 한옥마을 바로 옆이라는 지리적 위치가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다. 최근 서학동은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 사업으로 걷기 좋은 거리가 되었고, 오래되고 평범한 건물에 숨결을 불어 넣고 있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공간이 대부분인 서학동에 관광객을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시작부터 난감했다. 관광객이 이러한 유형의 여행을 좋아할지도 의문이었다. 서학동 주민들의 거주권을 침해할 수 있었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서학동이 간직한 경쟁력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수시로 찾아가서 밥도 먹어보고, 인근 산에도 올라가 보았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다녔으나, 주변엔 오로지 평범함 뿐이었다. 막막함이 내내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서학동의 평범함이 곧 새로운 무엇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서학동을 바라 보았다.
서학동에는 골목길이 있었다. 골목길은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을 말한다.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걸어볼 수 없는 길이다.
생각을 바꾸니 골목이 새롭게 보였다. 담벼락, 모퉁이, 계량기, 녹슨 양철 지붕, 화단에 핀 민들레 등 한 걸음씩 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이 골목길에 있었다. 관광객들과 함께 골목길을 걷자. 골목길을 걸으며 서학동 이야기, 전주 이야기, 우리네 사는 삶의 이야기를 하자. 그 이야기를 서학동 주민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말하면 어떨까. 걷는 내내 지역 청년 예술인이 이야기 하면 어떨까.
어쩌면 그곳에도 전주를 가장 전주답게 해주는 삶의 모습이 분명 있을 거라는 거창한 기대도 피어올랐다. 주민들의 이야기와 지역 청년 예술인이 모여 10명 정도의 관광객과 함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들려줄 이야기를 찾기 시작했다. 주민 자신의 이야기가 곧 서학동 이야기가 되고, 전주의 이야기가 되며, 우리 삶에 관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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