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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여주는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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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아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4학년

어렸을 때 내가 생각한 ‘어른’은 운동을 즐기며 자기 관리가 꾸준한 사람, 마음만 먹으면 여행을 떠나는 사람, 연애를 쉬지 않고 하는 사람, 멋들어진 취미로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사람, 편식하지 않는 사람, 술을 잘 마시고, 외박이 일상인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24살인 내가 느낀 현실은 다이어트에는 꽤 많은 여유로운 삶이 필요하고, 여행을 떠나기엔 생각보단 큰마음을 먹어야 했다. 현실에선 운명적인 첫눈에 반하는 만남은 극히 드물고, 나에게 적합한 취미 하나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도 주변에 가득하다. 나는 아직까지 두부를 싫어하고, 소주 한 병은 꽤나 독하게 느껴지고, 통금시간을 지키기 위해 헐레벌떡 집까지 뛰는 늦잠이 일상인 성인이다.

한때는 이런 나에게 많은 실망도 했었고, SNS 속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과 실망스러운 나 자신을 비교할 때면 무기력함이 들기도 했다. 내 무기력함은 나의 부정적 사고를 먹이로 하여 나를 집어삼켜 점점 헤어나오기 힘들어졌다. 

승부욕이 강하진 않지만 없지는 않다.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도 지기 싫어서다. 2년 전, 이부자리에 누워 온갖 잡생각을 하던 중 ‘내가 이렇게 뒤처지는 동안 남들은 계속 전진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병풍이 되어주긴 싫고, 그들에게 지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이불 밖으로 나와 몸을 움직였다. 그 뒤로 부정적 기분이 들면 탁한 공기를 내보내려 환기를 하는 듯, 몸을 움직이려 노력한다. 무기력에 빠지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해 산책을 하고 빨래를 한다.

이후로 자신을 스스로 단순하고 회피형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거나 복잡한 상황이 생기면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고 한 발짝 뒤에서 상황을 내버려 둔다. 그러다 보면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해결을 해주기 때문이다. 

“나 내일부터 갓 생 산다!” 요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나오는 발언이다. 여기서 갓 생이란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내가 꿈꾸는 ‘갓 생’은 별거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아침 운동을 다녀와 산뜻한 저열량의 식사를 하고 남는 시간은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 계획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2월 중순의 나는 5kg은 가볍게 감량했을 것이고, 적어도 자격증 1개 정도는 취득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밭을 태우는 냄새와 찬 공기 냄새가 합쳐져 겨울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금, 거울 속 나는 5kg 감량은커녕 체중이 증가하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고, 하루에 독서라는 행위를 하는 것도 감지덕지하는 지경이다. 2년 전 나였다면 우울감에 빠져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작심삼일도 33번이면 100일이라는 말이 있듯 ‘갓 생’ 프로젝트에 실패하면 더욱 단단한 계획을 세우면 된다.

 이제 겨우 겨울이 끝났을 뿐이다. 봄은 다시 돌아오고 있다. 같은 기회가 다시 돌아오긴 힘들겠지만, 다음 기회가 더 큰 복일지, 똥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복으로 유인할 수는 있을 거라 예상한다. 

지나간 버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나간 버스를 놓친 것을 후회하는 시간으로 허송세월 낭비하지 말고 시간에 얼른 다른 경로를 검색해 목적지에 도착하길 바란다.

/전현아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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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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