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4 22:05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청춘예찬
외부기고

보통의 어려움

image
전현아 전북일보 인턴기자

어릴 적 기억에 남는 나의 별명 중에는 ‘핑크공주’가 있었다. 옷도 신발도 머리 장신구도 분홍색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조르고 졸라서 발라본 립스틱도 피 빨간색만을 고집했었다. 초등학교 숙제로 장래희망을 적어가는 칸에는 연예인, 외교관, 디자이너 등 나의 적성에 맞지 않지만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 항상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옷장에서 색깔이라곤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채색의 옷을 선호한다. 검은색 상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지겨워 쇼핑을 나가면 다시 검은색 상의를 고르는 나를 발견할 때가 100이면 90이다.

남들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성격 탓에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한다. 그래서 항상 기본만 하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나에겐 더 특출날 재주도, 튀고 싶은 간절함도 부족했기 때문에 뒤처지지만 말자고 생각하며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어느 날 친구가 ‘자신의 꿈은 보통만큼 사는 것’이라고 하는 순간 ‘보통’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매사에 꼼꼼하고 열심히 했던 그 친구가 자신이 지향하는 삶이 ‘보통’이라는 것에 보통이라는 단어가 더욱 까다롭게 느껴졌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카페 메뉴 중 어떤 음료가 가장 기본적인 메뉴라고 생각할까? 저자는 한때 아메리카노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할 때 손님들의 주문을 받으며 계속 머릿속으로 되뇌는 생각은 ‘제발 아메리카노 시켰으면.’ 이었다. 물과 에스프레소만이 있으면 완성이기 때문에 제일 쉬웠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고, 설거짓거리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보면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제일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음료는 계량을 통해 정확한 양의 재료를 넣어 만들면 항상 같은 맛을 구현할 수 있지만, 아메리카노는 그날의 원두 상태, 추출 온도, 추출 시간, 탬핑 실력 정도의 차이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기본과 보통’이라는 단어가 더욱 고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길바닥에서 마주친 불특정 다수 중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 강렬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게 우리는 그 정도로 서로에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의 평범함이 있기까지는 나름의 고됨도 포함되었다. 강남 8학군까지는 아니더라도 사교육의 매콤함도 맛보았고, 고등학생 땐 졸음을 참기 위해 복도에 나가 문제를 풀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야간자율 학습에도 참여하였다. 보통 사람들보다 뚱뚱하지 않으려고 운동을 시작했고, 보통 사람들처럼 내 맘대로 소비하고 싶어 주말을 반납해 가며 아르바이트도 했었다. 그리고 보통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에게 큰 노력을 기울인다. 

한자로 普通(보통) 넓을 보에 통할 통 자를 사용한 이 점에서 보이듯 보통이라는 기준에 들어가기 위해선 우리는 ‘넓게 통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덜 평범하다고 느껴지면 아무리 넓은 기준이라도 속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넓게 퍼져있는 많은 사람의 보통이라는 기준에 ‘통’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가고, 수많은 경쟁을 하고, 속 시끄러운 감정을 소모한다. 그렇게 오늘도 보통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을 알기에 당신의 평범함에 감히 “보통이 아니다.”라고 말해본다.

/전현아 전북일보 인턴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통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