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시절 감사원장을 지낸 고 한승헌 전 변호사가 지난 21일 별세한 가운데, 그의 고향인 진안군 안천면 청사에 마련된 분향소에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안천면은 한 전 감사원장이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보낸 곳이다.
안천면행정복지센터(면장 김용호)에서는 별세 소식이 지난 21일 오후 늦게 전해지자 서울 성모병원장례식장 빈소와 별도로 면 청사 내에 곧바로 분향소를 설치, 다음날인 지난 22일 아침 일찍부터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빈소에는 24일까지 안천지역 주민뿐 아니라 진안지역 각계 기관 또는 사회단체 대표와 직원 등의 조문이 이어졌다.
특히 통합학교인 안천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빈소를 찾아 지역 전체의 추모 열기를 고조시켰다.
지난 21일 오전 진소 근처에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 전 감사원장에 얽힌 일화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선비처럼 꼿꼿하게 살다간 한 전 감사원장의 인품이나 소싯적 일화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어떤 주민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던 한 전 감사원장은 모친이 떡장사를 하던 시절, 학교가 끝나면 어김없이 모친 일터로 달려가 숯불을 피우고 부채질을 했다고 얘기했다.
또 어떤 주민은 “용담댐 건설 당시 한 전 감사원장을 찾아가 보상금을 올려 받기 위한 편법 도움을 요청했더니 ‘얄짤 없이 거절당했다’”며 “처음엔 서운했으나 나중엔 그 분의 인품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한 전 원장이 수감 생활할 때 땀 냄새 심한 옷을 입고 막 감방에 들어온 낯 모르는 청년에게 속옷을 사줘 인정을 베풀었는데 후일 알고 보니 그 청년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전춘성 진안군수는 한 전 감사원장 별세 다음 날인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후 분향소 주변에 모여 있던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위로의 대화를 나눴다.
전 군수는 “한 전 감사원장은 군사정권의 부당함에 항거한 대한민국 제1호 인권변호사로 민주화의 선구 대열에 계셨다”며 “이런 분이 진안 출신이어서 정말 자랑스러웠는데 별세 소식을 듣고 애도의 마음이 한없다”고 밝혔다.
한규형 안천면 유족 대표는 “인품이나 실력 등 무엇 하나 모자라지 않는 큰 별이 지셨다. 삶의 길을 바르게 가려는 사람들에게 더 오래 등대 노릇을 해주셔야 좋았을 텐데 구순도 안 돼 돌아가시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김용호 면장은 “안천, 진안,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인권변호사의 타계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며 “앞으로 진안에서 제2, 제3, 제4의 한승헌 감사원장이 배출돼 지역사회의 자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의범 노인회장은 “슬프기 짝이 없다. 후배들 중에 이런 큰 인물이 언제 나올지 궁금하다”며 “군사정권 때 수감돼 고생 많이 했다. 이런 강단 있는 인물이 많이 나와야 우리나라가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택 이장협의회장은 “공부 잘해서 성공한 인간 승리의 대명사가 한승헌”이라며 “안천초중고등학교에 다른 직함이 아닌 ‘선배’라는 이름으로 1만 2000권의 책을 무료로 기증해 어린 후배들도 존경한다”고 했다.
오는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수, 도의원, 군의원 출마자도 대거 조문을 다녀갔다.
한편, 한 전 감사원장의 장례는 25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지며 서울성모병원 빈소 발인시각은 6시 50분이고 장지는 안천면 교동마을(선영)이 아닌 광주광역시 5·18묘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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