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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마스크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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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수필가

노년에 조용히 살고파 찾은 산 속, 불청객 코로나로 적막이 절정이다. 두어 달 웅크리며 살다 보니 생병이 날 것 같다. 봄이 되자 코로나가 주춤하고 확진자가 줄어들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사회활동도 부분적으로 완화되어 나는 남쪽 통영, 사량도를 혼자 종주 등반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험난키로 악명 높은 코스라 내 나이에 한나절 종주가 무리라 짐작했지만 체력을 시험하고 몸무게도 줄이고 싶었다. 2시간 동안 아침 안개를 뚫고 삼천포로 달렸다. 내비게이션 안내 방송 아줌마가 잠에서 덜 깼는지 옛 여객터미널, 수협공판장으로 안내를 하며 나를 골탕 먹인다. 몇 번 왔던 낯익은 항구건만 오랜만이라 그런지 낯설다.

 현장 확인을 하니 내가 찾는 연안여객선 터미널은 신항으로 이전했으며 사량도 가는 선착장도 세 곳이나 있었다. 정오가 넘어서 해무 가득한 섬에 도착하여 등반을 시작했다. 계절은 성큼 여름철로 접어든 듯 25℃를 웃돈다. 내가 오르는 코스는 나 포함하여 세 명으로 한적했다. 다른 코스는 멀고 험해 모두 짧고 쉬운 코스를 택한 것 같다. 그나마 동행하던 부자(父子)가  중간에서 하산했다.

 선착장→복개 마을→면 소재지 금평에 이르는 산행이다. 남쪽이라 그런지 계절은 2주 이상 빠른 것 같다. 해발 365m인 첫 봉우리 옥암봉에서 한숨 고르고 산행을 계속했다. 수우도를 비롯한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빛난다. 지리산이 보인다 해서 지리망산(智異望山)이 본명인데 요샌 아예 '398m, 지리산' 표지석이 있는데 지리산에게 혼쭐날까 봐 한글 표지석이었다. 지리산의 바위들은 독특했다. 시루떡을 반듯하게 잘라 놓은 듯 비스름하고 날카고운 것들이 한 두 곳이 아니어서 지질학도들의 학습장으로 적격일 듯 싶다.

 월암봉을 오르내리니 숨이 찼다. 길을 잃을 만한 바윗길 싸리나무 끝에서 하얀 손수건이 펄럭인다. 등산로 안내 리본이려니 하며 지나치다 보니 코로나 필수품 하얀 마스크다. 등산로 길들이 만나는 삼거리 휴게소는 개장 휴업 상태로 파라솔과 쓰레기 봉투들만 나 뒹굴고 을씨년스럽다. 등산 때 마셨던 페트병들이 여기저기 수북하다. 

 지금 지구촌은 코로나로 신음 중이어서 남한 100대 명산인 이 산도 중병을 앓고 있다. 등산로도 마다 야생화들이 소박한 미소로 반기며 산새들 노래소리로 조분하다. 바다새도 해풍을 타고 비상한다. 불모산 가마봉-구름다리-옥녀봉을 오르내린다. 상도와 하도를 연결한 사랑대교가 희뿌옇다.

 육지와 바다 사이 수 많은 섬들이 장관이다. 대항마을과 해수욕장이 백합껍질처럼 앙증맞고 예쁘다. 숨이 차고 허벅지와 장딴지가 알이배겨 쑤시며 힘이부치지만 나이와 체력을 가늠해 본다. '세월엔 장사 없다.'는 말이 해풍에 날린다.  지난 세월 30~40대 때 전국명산들을 누비던 날들이 씁쓸하다. 이젠 아련한 추억일 뿐이다. 잠자리를 예약치않고 왔기에 하산을 서두른다. 보이지 않는 죽음의 저승사자, 바이러스를 차단했던 마스크가 나뭇가지에 걸쳐 펄럭이며 등산로에도 나뒹군다. 벌써 다섯 개째다. 얼마나 무겁기에 버리고 갔을까? 5시간 동안 스쳐 간 사람들은 20명 남 짓한데…. 마음이 무겁다.

 실체도 없는 바이러스를 찾아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목숨을 걸고 장기간 거룩한 싸움을 하는 의료진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럴 순 없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나 또한 자가근신을 못하고 일상을 탈출한 죄일까?  못볼 걸 많이 본 탓인지 내내 마음이 무겁고 언짢다. 이튿날 풍경 몇 컷을 남기려 콜 밴을 불러 타고 상, 하도를 두루 살핀 뒤 섬을 떠났다. 오월을 짝사랑한 죄로 다시 찾은 사량도, 아니 옴만 아니봄만 못했다. 아니다 때를 잘 못 맞췄나 보다. 지금은 집 콕을 해야 할 때다.

 김재환 수필가는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하여 진안문인협회 회장,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역임을 역임했으며 수필과비평문학상, 향촌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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