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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팔아 기부하는 ‘천사’ 남원 초등학생들 사연은

남원 이백초 6학년 1반 학생 4명 직접 음식 만들어 기부
"시간만 된다면 올해도 기부하고 싶어"⋯기부의 맛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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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남원 이백초 6학년 1반 학생들 김민우·김예준·정의빈·진찬민(가나다 순) 학생이 운동장 정글짐 위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현우 기자

남원에 있는 소규모 초등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 4명이 2년째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팔아 기부한 사연이 전해졌다. 뛰어놀고 공부하기도 바쁜 때지만 기부 첫 해는 음료를, 이듬해는 음식을 판매하면서까지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지난 2일 오전 9시께 찾은 남원 이백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 작은 교실에 덩그러니 책상 4개가 놓여 있다. 기부의 주인공 김민우·김예준·정의빈·진찬민(가나다 순) 학생의 책상이다. 인터뷰를 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아, 저는 못 해요", "무슨 말을 해야 해요?", "할 말 없는데"라며 부끄럼을 탔지만 그것도 잠시 수다쟁이마냥 답변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 첫 기부를 했어요?"

진찬민 군은 "2년이 지나서 가물가물하다. 4학년 때 '사제 동행' 프로그램 하면서 담임 선생님이 음료를 팔아서 기부해 보자고 이야기했다. 그때는 선생님이 요청해서 아무 생각 없이 물품을 구입하고 호불호 없는 자몽·청포도 에이드를 만들어서 팔았다"고 설명했다.

정의빈 군은 "그때 '양심 기부통'을 만들었다. 음료 가격을 정하지 않고 학교 선배, 후배들이 저희가 만든 음료를 먹고 자유롭게 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10만 원 정도 모아서 물품을 마련해 독거노인·취약계층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4명은 2학년 때부터 5년째 같은 반이다. 단짝 친구처럼 잘 지내다 보니 기부를 하자고 했을 때도 의견 충돌 없이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모두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직접 만든 음료·음식을 팔아 기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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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학년이었던 김민우·김예준·정의빈·진찬민(가나다 순) 학생이 기부를 위해 음식 팔 준비를 하고 있다. 남원 이백초 제공

학생들의 기부는 5학년이 돼서도 이어졌다. 4학년 때는 자의 반 타의 반, 선생님의 제안으로 기부를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김예준 군은 "5학년 때는 매달 분식·잔치 등 콘셉트를 정해서 음식을 팔았다. 학교에서 음식을 판 돈으로 쌀, 휴지, 라면, 물티슈를 사서 기부했다. 5학년 올라오면서 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 바로 기부를 못 했다. 그래서 조금 늦게, 지난 2월에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선생님의 도움 없이 학생들끼리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기부해야 할지 몰라 이백면장을 찾아가 면담을 신청한 학생들이다. 당시 면장에게 물품으로 기부하고 싶은데 기부가 가능한지, 독거노인·취약계층에 전달하고 싶은데 추천해 줄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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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이백초 6학년 1반 학생들 김민우·김예준·정의빈·진찬민(가나다 순) 학생이 벚꽃 아래에서 활짝 웃고 있다. 남원 이백초 제공

이렇게 어린 나이에 기부하면서 느낀 감정은 대부분 '뿌듯함'이었다.

진찬민 군은 "친구들이랑 같이 기부를 하니까 더 친해질 수 있고 마음도 따뜻해졌다", 정의빈 군은 "직접 음료·음식을 만들어서 팔다 보니 힘들었지만 기부하니까 뿌듯했다", 김예준 군은 "요리하는 걸 좋아서 재미도 있고 기부 하니까 기분도 좋았다", 김민우 군은 "너무 뿌듯하고 친구들이랑 음료·음식을 만들어서 행복했다"고 했다.

앞으로도 시간만 허락해 준다면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중학교 입학을 앞두게 된 만큼 공부를 놓을 수 없어 고민이 크다고 한다. 진찬민 군은 "또 기부 계획은 있지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5학년 때 보니까 달마다 요리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수업 진도가 느리다. 그래서 더 힘들지만 기분이 좋고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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