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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아침 한때 천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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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꼭두새벽 눈 떴습니다. 엊그제 내린 비로 풀숲도 길도 촉촉합니다. 일찍 일어난 까치 몇 맨땅을 쪼아 먹네요. 언제나처럼 노부부는 벌써 다정히 돌아오시고요. 앞서고 뒤서는 사람 사이 어물쩍 끼어듭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했지요. 장 자크 루소를 따라 걷습니다. 우전교 지나 삼천동으로 건너는 징검다리, 행여 물낯에 그리운 얼굴이라도 비친 걸까요? 왜가리 한 마리 겅중겅중 건너다 말고 먼산바라기를 합니다. 찔레꽃과 수레국화는 벌써 돌아가고 개망초가 만발했네요. 관심받는 귀한 꽃 아니지요. 눈 밝지 않은 이들은 눈치도 못 채게 살짝궁 피어났습니다. 천지간에 흐드러진 저 개망초, 오래 살아남으려는 전략일 수도 있겠지요. 쿵 쿵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어르신은 오늘도 행여 발밑에 밟힐세라 지렁이를 주워 길 건네줍니다. 어제 같고 또 내일 같을 오늘을 갑니다. 상처에서 향내 나는 법, 파르라니 깎은 유월 산책길이 향기롭습니다. 멀리 가련산 너머 뻐꾸기 목이 쉬었고요. 위키 리 노래 <저녁 한때 목장 풍경>을 따라 부르던, 언제였더라 지금은 가버린 사람이 가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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