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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섬세한 언어로 풀다⋯전재복 시인, 한영 시선집 '푸른 비를 맞고'

봄비와 사랑, 인생의 애환 등 다양한 감정을 담은 시 58편 수록
섬세한 언어와 따뜻한 시선 담은 작품, 한글과 영어로 동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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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비를 맞고 표지/사진=교보문고

“푸른 비를 맞고/ 아이 하나 낳았으면/ 땡볕에 입술 까맣게 타다가/ 쩍쩍 갈라지는 가슴패기/ 거칠게 밟고/ 우레로 오시는 靑雨(청우)/ 부끄러움도 잊은 양/ 온몸 던져 뒹굴며/ 푸른 아이 하나 배고 싶다/ 헛구역질 입덧도 요란하게/ 시들지 않는/ 아이 하나 낳고 싶다”(시 ‘푸른 비를 맞고’ 전문)

전재복 시인이 한영시선집 <푸른 비를 맞고>(리토피아)를 펴냈다.

전 시인이 1992년 한국시신인문학상 수상 이후 오랜 시간 써온 작품을 모은 첫 영어 번역 시집인 이번 책은 ‘제1부 봄: 푸른 비를 맞고’, ‘제2부 여름: 푸른 비를 맞고’, ‘제3부 가을: 풍경소리’, ‘제4부 겨울: 위로’, ‘제5부 13월: 허재비의 춤’ 등 총 5부로 구성돼 58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시집 속에는 봄비와 사랑, 인생의 애환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으며, 전 시인의 섬세한 언어와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특히 이번 시집은 한글과 더불어 영어로도 번역돼, 신인의 꿈과 사유를 국내외 독자와 나누고자 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펑퍼짐한 몸매/ 검붉게 그을린 민낯/ 손으로 살살 쓸어보니/ 소름 돋은 맨살이다/ 품에 안기도 버거워/ 방 안에 들일 수 없으니/ 햇볕 잘 드는 뒤란에/ 장을 담가 밀쳐 둔다/ 비바람 말없이 견디고/ 햇살도 달빛도 품어/ 깊어진 속내/ 한 세월/ 묵언수행 끄트머리/ 웅숭깊은 맛 길어 올린다”(시 ‘장 독’ 전문)

이처럼 일상 속 소중한 순간과 사랑의 감정을 포착해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전 시인의 이번 시집 속 작품은 감성적이고 꾸밈없는 언어로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봄 햇살, 여름비, 가을바람, 겨울의 침묵을 견디면서 나무는 꿈을 꾸고 그 꿈은 자꾸 자랐다”며 “깜깜한 땅 밑으로 멀리멀리 뻗어 나간 뿌리, 푸른 하늘을 향해 내민 수많은 가지 끝에는 어김없이 찾아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비밀의 화원 같은 다섯 번째 계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리고 내 생애 일흔다섯 번째 봄을 지나며 조심스레 숨겨둔 꿈 하나 펼쳐 든다”며 “가지 끝에 머무는 햇살처럼, 초록 잎새 쓰다듬는 바람처럼, 그대의 고운 숨결이 머물다 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 시인은 제31회 전북문학상, 제1회 바다와펜 문학상, 제8회 샘터문학상, 제8회 교원문학상, 제13회 신무군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로는 <그대에게 드리는 들꽃 한 다발>, <풍경소리>, <연잎에 비가 내리면>, <잃어버린 열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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