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지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미 관련법안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가운데 남쪽에서는 광주와 전남이 행정통합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고, 북쪽에서는 대전과 충남이 통합을 선언하며 충청권 메가시티의 윤곽을 그리고 있다. 바야흐로 ‘광역화’와 ‘규모의 경제’가 지방 소멸의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전북이 자리한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독자적인 활로를 찾아야 한다. 전북은 충청과 광주전남, 그리고 영남을 잇는 지리적·경제적 요충지다. 다른 권역을 연결하고 확장을 주도하는 성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북만의 경쟁력은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전북은 물리적인 덩치를 키우는 경쟁이 아니라, ‘내실 있는 특화’를 통해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평생 행정안전부와 전라북도에서 일했고, 지금은 금융 현장을 겪으면서 그 해법이 ‘금융’과 ‘새만금’이라는 두 축에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첫째, 전북은 명실상부한 ‘제3의 금융중심지’로 도약해야 한다. 이미 우리에게는 1,00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NPS)이라는 확실한 기반이 있다.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를 조성할 최적의 입지에 민간 금융그룹의 전북 투자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며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자본이 인재와 정보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이다.
서울이 종합 금융, 부산이 해양 파생 금융이라면 전북은 연계 금융산업을 꽃피워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라는 확실한 색깔을 입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문제가 아니다. 전주를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금융 지구처럼 자산운용사, 수탁 은행, 핀테크 기업이 공존하는 생태계로 만들어야 한다. 행정의 힘으로 기반을 닦고, 금융의 논리로 시장을 키운다면 전북은 광주전남이나 충청에 예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금융 영토’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새만금’은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의 땅이 되어야 한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시절 새만금은 늘 희망의 보루였다. 새만금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기회의 땅’이다. 이차전지와 같은 미래 첨단 산업이 몰려오고 있는 지금, 새만금은 단순한 간척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담아낼 거대한 그릇이다. 특히 새만금은 금융 자본이 실물 경제에 투자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는 점이 부각되어야 한다. 금융 허브에서 조성된 자금이 새만금의 인프라와 기업에 투자되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전북이 꿈꾸어야 할 경제 모델이다.
행정안전부에서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발전을 고민했고, 도청에서 전북의 살림을 챙긴 공복으로서 전북은 주변의 행정 통합 논의에 위축될 이유가 없다.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만의 강점인 ‘금융’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새만금’이라는 하드웨어를 결합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된다.
샌드위치 속에 끼인 내용물이 빈약하면 납작해지지만, 그 내용물이 알차고 단단하면 빵을 지탱하는 핵심이 된다. 지금 전북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주변의 거대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그 파도를 타고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로 비상할 것인가.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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