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말의 해, 병오년은 동양에서 열정과 속도, 돌파와 결단의 상징으로 읽혀왔다. 말은 가만히 머무는 존재가 아니다. 뛰고, 넘고, 새로운 길을 연다. 지금 전북특별자치도가 처한 현실 앞에서 병오년의 상징성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인구는 줄고, 산업은 정체돼 있으며, 청년은 떠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때가 아니다”, “전례가 없다”, “중앙이 결정할 문제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은둔형 자세를 반복해왔다.
최근 대통령의 “왜 호남에는 카지노가 없느냐”는 발언은 단순한 자극적 언사가 아니라, 전라북도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대신 던져준 사건이다. 이 발언 이후 새만금 일대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또는 제한적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관광·마이스 산업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카지노 ‘찬반’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다. 핵심은 전라북도가 이제까지의 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국가 전략 산업과 글로벌 트렌드의 전면에 서려는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새만금은 단순한 간척지가 아니다. 국가가 수십 년을 투자한 거대한 실험장이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백지의 공간이다. 이곳에 필요한 것은 소극적 관리가 아니라 과감한 기획이다. 글로벌 마이스 산업, 즉 국제회의·전시·관광·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복합 산업기지는 이미 세계 주요 도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래 성장 분야다. 카지노는 그 중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이를 중심으로 호텔, 컨벤션, 문화콘텐츠, 해양레저, 의료관광, 쇼핑과 바이오·헬스케어 산업까지 연결할 수 있다면 새만금은 동북아의 새로운 관문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라북도는 피지컬 AI와 바이오라는 차세대 산업에서도 뒤에 서 있을 이유가 없다. 농생명과 재생에너지, 식품과 바이오 인프라는 이미 전북이 가진 자산이다. 여기에 AI 기반 자동화, 로봇, 스마트 물류를 결합하면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산업 실험지’로 도약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결과를 두려워하는 문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지역 분위기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제 전라북도 도민의 정신도 바뀌어야 한다. 중앙이 해주기를 기다리는 지역, 반대와 우려가 먼저 나오는 지역으로는 어떤 국책사업도 완주할 수 없다. 시행착오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성장의 증거다.
병오년의 붉은 말처럼, 때로는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도전하겠다는 집단적 결단이다.
전라북도가 다시 묻고, 스스로 답해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조용히 뒤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미래의 전면에 설 것인가.” 병오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달리는 말의 등에 오를지, 먼지 속에서 지켜볼지는 전라북도의 선택에 달려 있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아버지는 시행착오라고 역사의 신은 말하지 않는가.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은 파이낸셜뉴스신문 대표이사·동북아경제 공동체 포럼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아주미디어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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