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이 닦아온 길, 더 제대로 걷겠다”
“북소리 하나에 소리가 살고 죽는다는 걸 느낄 때마다 더 겸손해집니다.”
판소리의 흥과 슬픔을 북 하나로 이끄는 고수(鼓手). 그 세계에서 대한민국 최고 자리에 순창 출신 연주자가 올랐다. 전주시립국악단 단원 오흥민(38) 씨가 그 주인공이다.
오 씨는 지난 13~14일 전주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제46회 전국고수대회 대명고수부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고수 부문 단일 대회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이번 대회에서, 그는 최고 등급인 대명고수부에 참가해 김세미 명창과 호흡을 맞춰 영예를 안았다.
오 씨는 지난 2024년 3등 우수상, 2025년 2등 최우수상에 이어 올해 정상에 오른 것으로, 한 단계씩 쌓아 올린 결실이다.
오 씨는 “13년 전 전주 대사습놀이 명고부 장원을 한 뒤로도 늘 부족함을 느꼈다. 작년, 재작년 한 계단씩 올라온 끝에 받은 상이라 더 값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순창군 쌍치면이 고향인 오 씨는 쌍치초등학교 시절 사물놀이로 국악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학교 사물놀이팀이 전국대회 대상을 받으며 국악 지정학교로 선정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후 그의 재능을 알아본 초등학교 선생님이 그에게 전주 예술중학교 진학을 권유했지만 부모님의 만류로 가지 못하고 쌍치중학교에서 학업을 마쳤다.
2003년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한국음악과에 진학하며 본격적인 국악인의 길에 들어선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판소리장단인 고법(鼓法)에 집중했다.
이후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고법 보유자 조용안 선생에게 사사하며 현재까지 가르침을 잇고 있다.
2006년 우석대학교 국악과에 진학한 그는 전국고수대회 신인부 대상을 시작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군 복무를 마친 뒤 2010년 전국고수대회 일반부 대상, 2011년 전주대사습놀이 명고부 장원을 잇따라 수상했다.
대학 재학 중 전주시립국악단 비상임 단원으로 입단했고, 2013년 상임단원으로 승격해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그는 “판소리에서 고수는 소리꾼을 받쳐주는 사람”이라며 “무대에서 소리꾼의 감정을 순간순간 읽어내며, 강약을 살리고 판소리를 한층 돋보이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해 동안 다양한 무대에서 많은 소리꾼들과 합을 맞춰보며 열심히 정진한 끝에 수상을 하게 되어 더욱 감격스럽다”고 이번 수상소감을 밝혔다.
후학 양성에도 힘써온 그는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에서 방과후 고법 지도에 이어 2018년부터 전공실기 강사로 타악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제9호 판소리장단(고법) 이수자 시험에 통과해 전북 첫 고법 이수자가 됐다.
오 씨는 “선배 고수들이 닦아오신 길 위에 서 있다는 걸 잊지 않그만큼 더 제대로 걸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순창 출신 예술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우리 순창이 국악의 고장이자 풍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군민들의 관심과 예술인들의 노력이 모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쌍치 들판에서 사물 장단을 두드리던 소년이 이제 대한민국 고수의 최고 권위를 가진 무대에서 대통령상을 품에 안았다.
오흥민 씨의 북소리는 순창과 전북을 넘어 한국 국악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울리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